췌장암 투병 밝힌 뒤 첫 경기
선수·관중 모두 ‘응원 물결’
인천, 상주 2대0으로 꺾고 승

▲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남자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와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의 경기. 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 문창진이 골을 넣자 유상철 감독이 코치진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기적은 반드시 이뤄집니다. 유상철! 유상철! 유상철!”

늦가을 비가 추적추적 잔디를 적신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엔 프로축구 K리그1 37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희망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지난 19일 구단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고 밝힌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응원하는 목소리였다.

홈 관중석을 메운 인천 팬들은 물론 상대 팀인 상주 상무 원정 팬들도 유 감독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관중석 곳곳엔 ‘유상철 감독님의 쾌유를 간절히 빕니다’‘유상철은 강하다’ 등 유 감독을 응원하는 문구가 붙었고, 유 감독에 힘을 불어넣는 함성을 보내는 시간도 마련됐다.

응원하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통상 경기 시작 1시간 전쯤 진행되는 취재진과의 사전 인터뷰에 많은 취재진을 만난 유 감독은 “낯선데…”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유 감독은 “팬들도 긴가민가 말씀을 많이 하시고, 정확하지 않은 말들이 오르내리는 게 저나 가족들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언젠가는 알려질 일 일테니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투병 사실을 밝힌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격려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걱정을 많이 해주셔서 감동도 받고 힘이 됐다”면서 “기분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다잡을 수 있었던 건 그런 메시지들 덕분이다. 정리가 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주저앉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선수 때도 힘든 시절이 있었고, 경험을 통해 성장해왔으니 지금 이 시간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말을 이어가는 내내 유 감독은 담담했다. 경기에 있어서만큼은 “연민을 받고 싶지 않다”라고도 했다.

그는 “선수들에게는 단호하게 얘기했다. 감독이 아프다고 해서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생각은 ‘1’도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운동장에선 그런 것을 지우고 경기에만 집중하라고, 경기는 경기일 뿐이니 선수로서 좋은 경기 해서 좋은 결과 가져오자고만 했다”고 전했다.

경기 직전 양 팀 선수단이 입장한 뒤에는 전날 다른 구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구성원이 30초간 유 감독의 쾌유를 기원하는 박수를 보냈다.

한편, 인천은 이날 상주 상무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B 37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문창진과 케힌데의 연속 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완승했다.

이 경기 전까지 10위 인천, 11위 경남 FC, 12위 제주 유나이티드가 승점 3 이내의 접전을 펼친 가운데 인천은 이날 난적 상주를 잡고 승점 33이 되며 10위를 지켜 잔류 가능성을 높였다.

K리그1에선 정규리그 최하위인 12위 팀이 내년 K리그2(2부)로 자동 강등되고, 12위 팀은 K리그2 플레이오프(PO) 승자와 승강 PO를 치러 잔류 여부를 결정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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