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로다. 시월이로다. 창문 열고 들녘을 보니 노랗다. 산을 보니 푸른 잎이 붉었도다. 웃는 듯 우는 듯 차가운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나무잎 소리".

 노오란 은행잎이 와르르 금가루 쏟아지듯 떨어져 가을바다 물결처럼 바람따라 이리저리 구르면, 금년에는 아무리 바빠도 가족들과 함께 단풍놀이 가리라 꿈을 꾸면서도 떨어진 은행잎 하나 주어들고 마음을 위로하면서 보내는 바쁜 사람들에게도, 태풍 "매미"가 쓸고간 들녘에도 소리없이 가을은 온다.

 작년 가을도 가로수 잎을 밟으며 시장 보러 갔는데, 시장 바구니 든 아주머니가 앙상한 가지만 남은 은행나무만 넋없이 쳐다본다.

 해마다 노란 은행잎을 신나게 쓸던 청소부도 태풍에 갈잎된 은행잎을 쓸다말고 먹다남은 소주한잔 기울인다.

 앙상한 나무, 물속에 잠긴 집들, 둥둥 떠다니는 가제도구들. 쓰러진 벼 한포기 잡고 "어떻게 살겠냐"고 움푹패인 주름사이로 주루룩 눈물은 시냇물처럼 흐른다.

 잘못 붙인 이름 때문일까마는 6~7년간 땅속에서 고생고생 하며 살다가 매미가 되어 밝고 아름다운 세상에 나와보니 일주일에서 보름밖에 살지못하는 일생이 서럽다고 절규하는 매미.

 매미 종류는 수십종이라는데 제주도와 남해안을 강타한 매미는 놀부 심보를 가진 매미인지 폭탄맞은 전쟁터처럼 북한이 제출한 태풍 이름을 붙인 것도 아이러니하다.

 태풍이 불어온다. 매미 보다 더 무서운 대통령 재신임 노풍이 불어온다. 기상청은 전국을 강타할 지도 모르니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노풍의 진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16대 대통령 취임날,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처럼 오른손을 국민앞에 들고 "국가를 보위하고"" 선서한 지 8개월. 그것도 매미 태풍이 채 복구도 되지않은 이때 폭탄같은 노풍 소식에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그 많은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미국의 링컨, 인도의 간디, 영국의 처칠처럼 세계에 자랑할만한 대통령 탄생을 우리나라 국민들은 바라고 있었다.

 노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국민들은 태국의 잠롱 시장처럼 서민적인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노상인터뷰에서 어느 여학생은 5년임기가 끝나는 날, "국민들이 눈물방울 흘리며 다시 대통령 해달라고 애원하는 대통령이 되어 주십시요" 축하도 했다.

 이 무슨 망발인고? 낙엽속에 묻혀 어디론가 굴러가는 가을! 올가을 귀뚜라미 소리들은 왜 이렇게도 슬피울까. 홍관옥(울산시 중구 복산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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