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독촉하는 투자자를 자동차로 치어 식물인간으로 만든 일이 벌어졌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아무리 황금만능주의가 횡행하고 있다고 해도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 쯤으로 여기는 일이 백주대로에서 일어난 것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다.

울산지법은 25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58)씨에게 징역 20년을, B(65)씨에게 징역 18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공범 C(61·여)씨와 공모해 지난 4월 경남 양산시의 버스정류소 인근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던 D(여·62)씨를 자동차로 치어 살해하려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렸다.

이들의 범행은 영화만큼이나 치밀했다. A씨와 C씨는 사전에 ‘교통사고로 위장해 D씨를 살해하거나 식물인간으로 만들자’고 공모했다. 이들이 통화한 내역을 보면 섬뜩하다. “마 설 건드리면 안되고 바로 마마 안 죽을 정도로 식물인간 만들어뿌자 했다”고 했다. 통화내용은 듣는 이로 하여금 아연실색케 하는 것이었다.

조사결과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A씨는 지난 2017년 지인 C씨에게서 투자자 D씨를 소개받았다. C씨는 부산 기장군과 경남 밀양시 등지의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총 11억6500만원을 A씨에게 줬다. 그러나 C씨는 뒤늦게 실거래가가 부풀려졌다는 것을 알고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독촉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일단 받은 돈을 돌려줄 마음이 없었다. 대신 피해자들을 어떻게 처치할까하는 궁리만 했다.

가해자들은 양산의 어느 횡단보도를 건너던 D씨를 들이받았다. 가해자들은 차로 D씨를 17m 가량 밀어붙였고, D씨는 공중으로 튕겨 올랐다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 모든 것은 예행연습대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교통사고를 위장해 피해자를 살해하려 한 범행이 매우 대담하고 치밀하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가족들이 극심한 정신적·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점,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건의 가해자 가운데 B씨는 물질적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아무 원한도 없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범죄자들이 너무나 많다. 아무런 죄책감도 못느끼면서 오로지 돈만 탐내는 군상들이 길거리를 활보하는 한 우리 사회는 늘 위험한 상태다. 도덕 불감증을 치유하는 대책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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