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뒷걸음질로 마이너스적 균형
새로운 인물 등장·유권자 의식 향상
내년 총선 선택의 즐거움 기대 솔솔

▲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21대 국회의원 선거(2020년 4월15일)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법 개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져 국회를 맴돌고 있는 상황이라 선거구마저 명확하지 않지만 울산지역 정가의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유권자로서는 투표할만한 선거가 될 것 같다는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 지난 수십년간 울산의 선거는 기득권인 보수정당 또는 갑작스런 바람을 탄 진보정당의 일방적 승리로 채워져왔다. 그런데 적어도 이번 선거는 일방적 게임은 아닐 것 같다는 기대감이 싹을 틔우는 중이다.

비록 마이너스적이긴 하지만 운동장의 기울기가 균형을 이루었다는 것이 일방적 게임은 아닐 것이라는 이유의 하나다. 먼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불어닥쳤던 진보의 바람이 어느 정도 진정됐다. 게다가 그 바람 속에 당선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정치력의 한계를 노출하면서 지지율이 적잖이 뒷걸음질을 쳤다. 보수정당도 스스로 ‘좀비’라 칭할 정도로 반사이익조차 못챙기고 있다. 더구나 울산의 보수세력은 ‘권력 나눠먹기’까지 시도하고 있으니 민심이반은 갈수록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간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다같이 거품과 기대가 가라앉아 평형을 이룬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다.

울산에선 플러스적 요인도 보인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그 첫째 요인이다. 그동안 인물난을 겪어왔던 진보정당에 대거 새인물이 수혈되고 있다. 보수정당에서도 오래된 정치인들이 여전히 출마를 고수하고 있긴 하지만 새로운 젊은 인물들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공천 과정에서 얼마나 여론이 반영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인물의 혁신에 대한 기대를 가져본다. 보수와 진보를 두루 경험하면서 울산 유권자들의 의식이 많이 높아졌다는 것도 플러스적 요인이다. 정당만 보고 무조건 찍었다가 실패한 경험들이 쌓여 내년 총선에서는 인물도 살펴보고, 정책도 챙겨보고, 평가를 해서 투표할 것이라 믿는다.

문제는 정당의 공천이다.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저렇게 씨름을 하다가 벼락치기로 공천을 해대면 그 결과는 뻔하다. 당선가능성이라는 미명아래 인지도가 높은 사람을 막무가내로 꽂아넣을 것이고, 그러면 유권자의 선택권은 또 의미가 없어진다. 유권자들은 정당에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첫째, 고를 만한 인물을 공천해달라는 것이다. 여론이 반영되지 않은 공천은 유권자의 선택을 도와주기는커녕 선택권을 오히려 제한하게 된다. 때론 정당의 공천이 본선보다 더 중요하다. 둘째, 가능한한 공천을 빨리 마무리하라는 것이다. 후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넉넉한 정보가 유권자들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춘해보건대학교에서 특강을 맡아 학생들과 독서토론을 했다. 마침 토론을 위해 선택한 책이 정치와 관련이 있었던 탓에 학생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어떤 사람에게 투표할 것인가를 물었다.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 탓인지 역시나 뽑지 않을 사람을 먼저 적었다. 허황된 공약을 내거는 사람, 비리가 있는 사람, 특권의식이 가득한 사람, 융통성 없는 사람, 차별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 자신의 이익에 급급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투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자신의 신념이 국민에게 있고, 공정하며, 일반적인 서민의 삶을 알고, 소통할 줄 아는 사람, 지역복지에 신경을 쓰고 세금을 효율적으로 쓸 줄 아는 사람, 공정한 기회를 만들어 주고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 결단력 있고 진실된 사람, 지역주민과 자주 접촉하고 실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을 뽑겠다고 했다.

내년에 첫 선거를 하게 되는 학생들이 기대 이상으로 똑똑한 유권자라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남은 과제는 그런 사람이 누구인가를 골라내는 것인데, 정당들이 충분한 시간과 정보 제공으로 유권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지켜줄지 의문이다. 똑똑한 유권자들을 바보로 만들고, 똑똑한 사람들이 죄다 모인 국회도 마침내 ‘좀비들의 전당’이 되고마는, 그런 선거와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할 텐데…. 여전히 걱정이다.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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