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울산은 영상문화산업을 포기하려는가

영화제 추진 위한 준비 미흡해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서 뭇매
영상업 제작·이론·교육·정책 기반
본격적인 축제 진행 위해서는
실력있는 실무진 구성도 필수

서울에서 활동하던 필자가 부모님이 계시는 울산에 정착하겠다고 하자 영화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제 영화를 그만두느냐고 했다. 울산에서도 영화를 할 수 있다는 몇 가지 근거를 말했을 때 울산을 모르는 영화인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했고, 울산을 아는 영화인들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필자가 내세운 근거는 첫째,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산 이전으로 지리적인 면에서 울산에도 영화 인프라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고 둘째, 도시 규모에 비해 영상위가 없다는 것이 약점이지만 한국영화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해오는 동안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꽤 완성된 형태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현재의 영상산업은 공연·영상, 공학·예술의 융합이라는 전제 아래 첨단영상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업도시에서 산업수도로 발전해온 울산이 유리하다는 것, 넷째, 앞으로 전 지구적인 산업의 방향성은 제조업에서 콘텐츠 산업으로의 변화가 한 축이 될 것이고, 따라서 경제력이 양호한 울산은 변화에 대한 융통성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가장 기대를 했던 다섯째는 최근 몇 년간 울산은 문화예술발전에 대한 의지가 높은 것으로 보였고, 특히 최근 2년여 간 영상문화산업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영상산업의 4대 축은 제작, 이론, 교육, 정책이다. 기본전제가 영상위 설립이고,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것이 교육이다. 영화촬영세트장, 영상위, 영화제 관련하여 시, 언론, 기관 등에 시간과 사비를 들여가며 영화계 전문가들의 의견 수집과 전문자료 검색으로 내용을 정리하여 전달한 문서가 상당하고, 학회 발표와 함께 공식·비공식 자문을 해온 지가 1년이 넘었다. 그때마다 필자가 강조한 것은 시민에 대한 영상예술교육이었고, 수차례의 특강에서 이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을 확인했다. 아마추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자리만 만들어주면 얼마든지 제작, 이론, 정책 교육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영화제 개최든, 영상위 설립이든, 필자의 욕망은 울산에서 “레디~ 액션!”을 외칠 수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영화제 개최를 위한 진행 과정을 묵묵히 지켜봤고, 영상위 설립에도 사심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 18일 시의회의 2019년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된 영화제에 대한 비토들은 실망감을 넘어 참담했다. 시는 그 동안 왜 영화제 타당성을 설득하지 못했는가. 시의회는 영화제를 얼마나 공부했는가. 자문위원들은 전문적, 주체적,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했는가. 시민들은 본인들의 세금과 영상문화향유권을 위해 얼마나 능동적이었는가.

▲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비토 내용을 요약하면 차별성과 정체성 모호, 무리한 진행에 대한 우려, 울주산악영화제와의 중복, 인근 부산영화제와의 경쟁, 영화제 인프라와 전문가 부족 등이다. 영화제 중복을 말하려면 소규모 영화제들과 크고 작은 축제들도 모두 없애야 한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와 함께 지역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사업들이 아닌가. 무엇보다 울산에 영화제 인프라가 왜 없는가. 극장 밀집 지역인 삼산동 번화가와 부산영화의전당 못지않은 복합문화공간이 구군마다 있다. 전문가가 부족하면 공개모집을 통해 진짜 실력가들을 울산에 불러들여 그들의 전문성을 토해내게 하라. 울주산악영화제가 지역 이미지 상승에는 기여했으나 전문성과 지역민과의 교류에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악’이라는 특색을 가지고있으니 발전시키면 되는 것인지, 그 것 때문에 울산국제영화제가 불필요하다는 근거는 될 수 없다. 울산국제영화제와 산악영화제를 왜 합체해야만 하는가.

영화제의 차별성, 정체성, 합리적 진행은 실력 있는 위원장, 프로그래머, 사무국이 라인업 되면 해결된다. 시민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그들을 영화제에 합류시키라. 교육이 필요하다면, 정보가 필요한 곳이라면, 얼마든지 달려가 제공할 용의가 있다. 알아야 보이고, 보여야 공감하고, 그래야 행동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공연예술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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