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창원 창동예술촌

▲ 창동 골목길을 걷고있는 탐방객들.
창원 ‘빈 점포 활용 골목 가꾸기 사업’

60여개 빈 점포 작가·예술인 작업실로

문화·예술 접목 특화예술거리로 조성

10년 가까이 점포 임대료도 전액 지원

시민들도 소액 기부 골목 가꾸기 동참

마산 출신 고(故) 문신 조작가 큰 영향

파리서 귀국 후 미술관 개관 시에 기증

2003년부터 시립미술관으로 운영

중구 문화의거리, 도시재생사업 활발

울산의 문화예술 특화거리로 부활 기대

창동예술촌은 쇠락했던 옛 경남 마산시 원도심 일원을 문화와 예술로 재생한 곳이다. 하지만 마산이 창원시로 편입되면서 현재는 행정구역상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속한다.

창동예술촌의 출발점은 2010년 전후로 ‘창동 빈 점포 활용 골목가꾸기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빈 점포와 추억의 골목길 공간에 문화와 예술을 접목시켜 쇠퇴한 상권을 활성화하는, 당시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원도심 문화재생사업과 맥락을 같이한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골목길 구간에 늘어선 빈 점포 50여 개소를 창원시에서 2년 간 임대한 뒤 조각·회화·공예·문학·음악 등으로 특화된 예술거리를 조성해 그 일대를 문화예술지구로 만든 것이다. 물론 도로바닥, 건물 파사드, 간판, 조명정비와 같은 물리적 환경개선 사업도 이뤄졌다.

◇원도심 기억, 예술로 이어가다

이 곳에서는 오밀조밀한 골목길을 따라 60여개 점포마다 작가와 생활예술인들의 작업실이 운영된다. 좀더 정확하게는 작업실 겸 전시장 기능이다. 크기는 일정하지 않다. 큰 곳은 10여평 남짓, 작은 곳은 2~3평에 불과한 곳도 있다. 창고와 같이 버려져있던 공간에 이들이 입주할 수 있었던 건, 10년 세월 가까이 창원시에서 연간 임대료 전액을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예술촌에 다른 장르의 예술인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시각예술 장르가 차지한다. 공간을 운영하는데는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춤이나 음악 보다 좀더 긴 시간 상존하며 작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공유하는 ‘미술’ 장르가 더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예술촌의 탄생 배경에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 한 명이다. 마산 출신의 조각가, 한국근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고(故) 문신(1923~1995) 작가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문신미술관은 지금의 창원시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추산동 언덕에 있다. 창동예술촌과도 멀지 않다. 파리에서 활동하던 문신은 1980년 유년시절을 보낸 마산으로 귀국, 15년 간 미술관 건립에 노력했고 1994년 마침내 문신미술관이 개관했다.

하지만 그는 미술관 개관 1년 후 타계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고향에 미술관을 바치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다. 2003년 문신미술관은 시에 기증되어 시립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창원시에서는 이후 작가 문신의 작품세계를 더 보여주기 위해 2010년 문신원형미술관을 건립, 110여 점의 석고원형작품을 전시한다. 그래서 전체 미술관은 제1전시관, 제2전시관, 야외조각전시장, 문신원형미술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조각, 유화, 채화, 드로잉, 석고원형, 유품, 공구 등 총 4000점에 가까운 작품과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창동예술촌에서는 비좁은 골목길을 거닐다 어느 순간 막다른 귀퉁이에서 문신의 초상과 마주친다. 조각가로 알려진 그가 청년시절 일본에서 유학할 때 그렸다는 자화상 이미지를 대형 벽화로 활용한 것이다.

예술인 뿐 아니라 시민들도 그 골목을 가꾸는데 동참하고 있다. 작고 예쁜 화분과 나무들을 시민들 기금으로 가꾸는 ‘3·15 나무’프로젝트다. 시민 누구나 1만원씩 기금을 모아 그 돈으로 예술촌 골목을 작은 정원으로 가꾼다. 3·15 나무는 마산 시민과 학생들이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선거에 항의해 일어났던 3·15의거를 기념한 것이다.

창동예술촌 입주작가들의 모임인 (사)창동예술촌 나상오 대표는 “창동 예술촌이 살아나면서 수십년만에 이곳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로 변화가 일고 있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그 속에서 예술인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구축해가는게 지금의 숙제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고민이 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재생, 새로운 변화를 준비해야

최근 창동예술촌을 답사하면서 울산시 중구 문화의거리와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했다. 우선 원도심의 부흥을 유도하는 마중물로 도시재생 차원에서 문화재생이 이뤄졌다는 점, 빈 점포를 예술로 채우기위해 공공자금(임대료)이 투입된다는 점, 각종 문화예술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이뤄진다는 점, 이에따라 한동안 끊겼던 발걸음이 차츰차츰 또다시 이어지고 있다는 점 등이다.

다만, 이같은 긍정효과 이면에는 알게 모르게 그 변화의 바람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새로운 사업에 늘 목말라하는 방문객의 기대감을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에 대한 불안함이 분명 존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메세나와 같은 지속적 창작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입주작가들의 활동이나 사업을 모니터링하는 실질적인 평가제도, 수익모델 창출 및 특화된 국제문화예술행사, 도시를 알리는 관광지로서의 효용성, 주민(시민)을 위한 생활문화의 장으로서의 역할에서 아직은 모두가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가꾸어가야 하는가에 달려있다. 마산 문화예술의 르네상스와 창동의 옛 영화가 창동 골목에서 새로운 부활의 노래로 영원히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앞으로 더욱 커질 문화향유 요구에 그 곳 예술인, 상인, 시민들이 어떠한 해답을 보여주는지에 달려있는 듯 하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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