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균형발전특별법 18조는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전공공기관)을 단계적으로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한 시책을 추진하여야 한다’라고 돼 있다. 2007년 제정된 이 법에 따라 12년만인 2019년 8월현재 전국에 10개 혁신도시가 완성됐고 수도권에 있던 공공기관 152개가 울산(10개)을 비롯한 지방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의 목적지인 국토균형발전에 도달하기는커녕 수도권 집중화가 심화되면서 지방소멸이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균특법에 명시돼 있는 공공기관의 ‘단계적’ 이전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정부는 올해 초 ‘혁신도시 시즌2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현재의 혁신도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국회도 2차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균특법 개정안을 11건이나 발의해놓았을뿐 한결같이 표류하고 있어 20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기관에 맡겨놓은 혁신도시 시즌2 관련 용역결과도 3월 발표예정이라고는 하나 4월 총선에 민감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한데 예정대로 발표할 지 의문이다. 혁신도시 추가 이전이 유야무야 문대통령의 임기를 넘길 것이라는 불안감이 지방도시들에서 새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시는 27일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통한 도시발전방안 토론회’ 개최했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대비하는 선제적 행정이자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는 지방도시의 적극적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날 ‘울산시의 특성을 고려한 공공기관 추가이전 검토’를 발표한 정현욱 울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울산의 미래를 위해 어떤 공공기관이 추가로 이전돼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정 연구위원은 울산의 여건과 특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관련부서 의견까지 수렴해서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국립생물자원관, 국립환경과학원, 국립환경인재개발원, 한국환경공단,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10개 기관을 추려냈다. 이는 △시즌1에 이전한 공공기관과 유사한 에너지·근로복지·재난안전 분야이거나 △혁신도시종합발전계획의 테마인 친환경에너지와 국가정원지정, 울산 산업의 특성과 연계가 가능한 기관들로, 울산유치의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정부가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추진한다면 울산시가 선제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문제는 정부의 공공기관 추가이전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울산을 비롯한 전국 지방도시들이 이같은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면서 연대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해나가야 한다. 혁신도시를 만든 노무현 정부의 정신을 이어나가야 할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성사하지 못하면 지방도시와 국토균형발전의 앞날은 암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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