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太和江百里 - 22. 대곡천 공룡발자국(하)

▲ 반구대 암각화 앞 거대한 반석 위에서 수많은 공룡발자국이 발견됐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2018년 대곡천 퇴적물 걷어내자
공룡 발자국 30개 추가로 발견
육식공룡 발자국은 보행렬 뚜렷
하류지역 수몰된 사연댐 아래엔
더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을 듯

◇암각화 앞 공룡발자국

천전리각석 앞 공룡발자국은 대부분이 초식 공룡이었다. 이 곳에 찍힌 공룡발자국은 대형 초식공룡인 한외룡(울트라사우루스)를 비롯해 용각룡 열마리의 발자국과 중형 초식공룡인 고성룡(이구아나룡) 한 마리의 발자국 등 총 200여개가 남아 있다.

대곡천의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반구대 암각화 앞 암반 표면에 수많은 공룡 발자국이 있다. 이 곳에는 초식, 육식공룡 뿐 아니라 익룡, 새, 악어(추정) 등의 발자국까지 발견돼 이 곳이 다양한 공룡들의 서식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천전리 각석과 반구대 암각화 등은 7000년전 선사시대 사람들이 그린 것이지만 공룡발자국은 무려 1억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구의 환경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 특히 울산과 고성 등은 거대한 분지를 형성하고 있었고, 여기에는 끝도 없는 호수들이 여기저기에 넓게 분포하고 있었다. 공룡들은 이 호수 가에서 살았다. 당시에는 반구대 암각화가 그려진 암벽도 없었고, 천전리 각석이 새겨진 야산도 없었다. 1억년 전에 인류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인류가 나타나 7000년 전에는 울산 대곡천 절벽에 반구대 암각화를 그려놓았다. 이들은 반구대 암각화를 그리면서 아마도 발밑에 찍혀져 있는 공룡들의 발자국을 보면서 의아해 했을 것이다. 선사인들은 아마도 1억년 전의 일들을 감히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 육식공룡 발자국.

◇반구대 암각화 앞 반석의 발자국

반구대 암각화 앞 거대한 반석 위에서 수많은 공룡발자국을 발견한 것은 지난 2013년.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당시 암각화 앞쪽 강바닥과 구릉부를 조사해 공룡발자국 화석 81개를 발견했다. 발자국 화석 중 육식공룡은 2개, 초식공룡은 79개였다.

이어 지난 2018년 5월에는 암각화 북동쪽 암반에서 육식공룡 발자국 16개와 초식공룡 발자국 14개를 찾아냈다. 이 발자국은 암각화 전망대에서 보면 왼쪽 하천지역에서 발견됐다. 사연댐에 수몰돼 있던 대곡천에서 퇴적물들을 걷어내자 공룡발자국이 확연히 드러난 것이다.

2018년 발견된 육식공룡 발자국은 반구대 암각화 인근에서 발견된 육식공룡 발자국 가운데 보존 상태가 가장 좋고 보행렬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첫 사례다. 지난 2013년에는 육식공룡 발자국이 2개밖에 없었지만 이번에는 16개나 발견됐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2013년과 2018년에 발견된 공룡발자국은 모두 반구대 암각화 인근에서만 조사된 것들이다. 만일 하류쪽으로 더 내려가 지금은 수몰된 사연댐을 조사할 경우 공룡 발자국은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 육식공룡 보행렬.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한무리의 발자국

2018년 6월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무리의 발자국이 또 발견됐다. 앞발 발자국이 9개, 뒷발 발자국이 9개였다. 크기는 앞발이 약 3㎝, 뒷발이 9.6㎝로 뒷발이 앞발보다 훨씬 컸다. 발가락 개수는 앞발이 4개, 뒷발이 5개였다. 앞발 발자국은 뒷발 발자국 바로 앞에 찍혀 있으며, 발 사이 간격은 앞발이 뒷발보다 좁다. 발자국 사이에는 땅에다 배를 끈 것으로 판단되는 흔적이 남아 있다.

공달룡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국내에서 이전에 확인한 공룡, 익룡, 도마뱀, 거북이 발자국과 비교했으나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소 측은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서 육식공룡과 초식공룡 발자국 화석에 이어 사족 보행 척추동물 발자국 화석이 나오면서 이 곳이 과거에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했음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 지난 2018년 5월 공룡발자국 설명회 현장.

◇익룡이 날던 울산의 백악기

반구대 암각화 주변은 익룡들이 날아 다니던 곳이었다. 이 사실은 올해 7월 이달희 반구대포럼 상임대표가 관련 논문의 존재를 언론에 알리면서 많은 이들에게 퍼졌다.

익룡 발자국은 지난 2017년 천전리 및 대곡리 공룡 발자국 화석 보존처리공사 현장 자문 과정에서 진주교육대학교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인 김경수 교수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이후 2018년 한국지구과학회지 논문인 <울산 울주군 대곡리에서 산출된 백악기 익룡 발자국: 한반도 익룡의 시공간적 분포>에 기록됐다.

지난해 발표된 김경수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대곡리에서 발견된 익룡 발자국은 형태적인 특징을 감안했을 때 4족 보행 익룡인 ‘프테라이크누스‘로 추측되고 있다. 이 익룡은 1억2000만 년 전부터 8000만년 전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 때 익룡이 날아다녔던 대곡천, 시점은 다르지만 울산의 공룡과 울산의 인간이 같은 장소에서 활동했다는 것만 해도 신비롭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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