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으로 먹이를 주는 것은
비둘기에게도 오히려 치명적
자생적 생존환경 만들어줘야

▲ 윤석 태화강국가정원안내센터장

피죤((pigeon)과 도브(Dove)라 하면 섬유유연제와 비누라는 상품이 연상되지만, 비둘기를 말하는 용어다. 우리 주변 비둘기들을 피죤으로 사육하고 있는지 도브로 두고 있는지 함께 생각할 때라고 여겨진다.

피죤은 프랑스어에서 유래했고, 기르거나 음식재료로 사용되는 집비둘기다. 그에 반해 도브는 독일어에서 나왔고 성경 창세기에 노아의 방주 홍수가 그쳤음을 알리는 전령이었던 비둘기다. 예수가 세례를 받을 때 머리 위에 비둘기 모양의 성령이 보였다고 한다. 이때 표현된 비둘기는 도브다. 기르지 않는 야생 산비둘기(멧비둘기)다. 성스러운 존재로 표현된다.

비둘기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비둘기는 기원전 이집트에서부터 전서구(傳書鳩)로 처음 이용됐다. 전쟁 통에는 연락병 역할도 잘 했다. 지구 자기장이 고도에 따라 달라짐을 알고 찾아온다거나 소리나 냄새, 태양 고도를 보고 돌아온다고 한다. 탁월한 능력자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비둘기는 평생 짝을 이뤄 살면서 무리지어 살아간다. 다툼 없이 살아 평화의 상징으로 삼는다. 1920년 벨기에 앤트워프 올림픽 때 비둘기를 날려 보냈고 이 일로 전쟁이 끝났다고 한다. 우리도 1960년대부터 이 새를 행사 때 많이 날려 보냈다. 매번 올림픽 경기를 할 때 날리기도 했다.

행사용으로 외국에서 들여온 집비둘기(Rock Pigeon)들은 우리 고유 멧비둘기와 달리 목둘레가 보는 각도에 따라 짙은 보랏빛이 되는 것이 구별되는 점이다. 멧비둘기는 회색빛이 감도는 갈색빛깔이다. 멧비둘기는 알을 두 개씩 낳는다. 비둘기 고기를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설이 있지만, 프랑스, 유럽처럼 비둘기 고기를 파는 식당은 없다. 붉은 색 비둘기고기는 연한 닭 가슴살 같지만 우리는 즐겨 먹지는 않는다.

바위나 굴에 집을 짓고 살아야 하는 집비둘기들은 도심에 오면서 ‘닭둘기’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무거워졌다. 날지 못하는 비둘기가 있다는 소식이 뉴스가 되기도 했다.

태화강에서도 한 때 비둘기에게 식당 잔반음식물을 매일 주던 어르신이 있었다. 많은 비둘기가 몰려들었다. 장관이라는 사람도 있었고, 악취가 심하고 보기도 싫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활동은 중단됐다.

한편 도심 내 비둘기들은 발가락이나 발목을 잃은 장애비둘기들이 유독 많다. 참새나 까치는 도시 가까이 있어도 괜찮은데 비둘기만 유독 장애가 많은 것은 사람처럼 걸어서 이동하다보니 발가락에 줄이 걸리고 이를 끌고 다니다 자연스럽게 묶이고 쪼이면서 생긴 일이다. 장애를 가진 비둘기가 섞인 무리를 보면 애처로운 마음이 들어 먹이를 더 주게 된다.

전국적으로 지자체를 상징하는 새는 까치 다음으로 많은 것이 비둘기다. 하지만 도심 건물 안에 둥지를 틀어 배설물과 냄새를 풍기는 집비둘기를 2009년 환경부에서 유해동물로 지정했다.

배설물이나 털로 인한 전염병, 중금속 오염 등으로 인해 도시환경을 악화시키고 있음이 여러 연구에 의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피죤들에 의한 피해는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베니치아 등에서도 문제라고 한다. 먹이를 주는 것을 금지하는 곳도 있고, 줘도 되는데 청결을 유지하지 못하면 책임을 묻기도 한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는 환경은 피죤들에게 오히려 치명적이 될 수 있다. 먹이가 많아지면 그에 맞춰 번식도 많아지게 된다. 그런데 먹이 공급이 중단되면 굶어죽는 개체도 생기게 된다. 그들도 간식 먹을 권리는 있기에 도심 내 집비둘기에게 위생적인 먹이를 한 번 정도 주는 체험을 해보는 것은 무방하다.

하지만 도심 내 집비둘기들이 자생적으로 살아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그들을 위해서나 도시민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우리 손에 의해 피죤도 되고 도브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 태화강국가정원안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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