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처음부터 울산은 낯설지 않았다. 울산은 참 살기 좋은 도시다. 시내에서 1시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한 산과 강, 계곡 그리고 바다를 다 갖춘 곳이 울산이다. 천혜적인 자연환경은 신이 내린 축복임에 틀림없다. 한때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이끈 공업도시로서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이 최악의 상태로 내몰린 적도 있지만, 위대한 울산시민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대부분 복구됐다. 지금은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어 힐링 장소로도 최적이다. 그러니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은 너무나 당연하다.

세월이 참 빠르다. 1986년 7월1일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에 입소했으니 어언 33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그래서 필자에겐 33이란 숫자가 색다르게 다가온다. 요즘 같은 세상에 퇴직할 때까지 한 직장에서 한 우물만 파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만큼 화학연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크다. 그리고 2007년 4월에 울산으로 내려왔으니 울총(울산총각) 생활도 벌써 13년차다. 중구 다운동에 신화학실용화센터(2012년 3월22일 개소, 342억원)를 구축하고, 유곡동에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2016년 3월22일 개소, 367억원)를 기획하여 유치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최근 세계적인 성과가 연이어 나와 뿌듯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화학 관련 국책연구기관인 화학연은 대전에 본원이 있으며 지역에 기반을 둔 본부조직은 울산이 유일하다. 처음엔 울산테크노파크에 사무실 하나를 얻어 필자를 포함한 3명으로 출발했다. 그 2명이 서봉국 박사와 안귀연 연구원이다. 어려운 시기에 함께 동고동락했던 두 분에게 감사드린다. 지금은 130여명의 연구원들이 근무하며 두 개의 건물에서 훌륭한 성과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초창기에는 다운동에 신화학실용화센터를 짓고 또 다른 바이오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국회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들락거렸다. 가면 늘 경제부시장 등 울산시 공무원과 테크노파크 원장이나 UNIST 총장을 만날 정도였다. 그 당시 예결위원장과 국회부의장으로서 큰 도움을 준 정갑윤 의원에게 감사드린다.

울산이 유치한 최초의 국가연구소가 다운동에 위치한 한국화학연구원 신화학실용화센터다. 필자가 초대 센터장으로 부임했다. 지금은 같은 건물에 그린정밀화학연구센터와 화학산업고도화연구센터로 구성돼 있다. 이 센터를 유치한 공로로 2008년 10월 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영예로운 울산명예시민賞을 수상했다. “결국 이때 받은 울산명예시민賞이 족쇄가 되어 지금껏 울산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술자리에서 농담삼아 말하곤 한다. 사실 그때는 시의회 승인까지 받아 명예시민이 되었으니 많은 혜택이 있는지 알았는데 국경일 기념식 초청장이 오는 게 전부다. 그나마 생일날에 축전이 오던 것마저 슬그머니 끊겼다.

그래도 울산명예시민이 된 이후론 나름 자긍심을 갖고 서울이나 대전 등 전국 어디서나 울산을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오죽하면 한국화학연구원 대전본원에서 간부회의 중 “이 박사! 울산스파이 아니예요?” 소리를 들을 정도였을까. 화학연 울산본부에는 외지에서 온 젊은 연구원들이 많다. 그래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자주 나가려고 노력한다. 지금도 인근에 있는 함월노인복지관에서 매년 2~3차례씩 후원금을 전달하고 35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배식 및 설거지 봉사활동을 지속 펼치고 있다. 이처럼 화학연은 울산에 자리잡은 제1호 국가연구소의 긍지를 가지고 7년 전부터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직접 효실천 봉사활동을 실천함으로써 어르신 공경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화학연이 울산이웃과 함께한다는 공동체 정신과 사회적 가치를 배울 수 있다.

돌아보면 힘은 들었지만 보람도 많았다. 정치 환경에 따라 여야(與野)는 바뀌기 마련이지만 울산경제를, 울산시민을 위한 노력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힘을 모았다. 특히 성숙기에 도달한 울산 석유화학산업의 고도화와 신(新)성장동력 산업 육성을 향한 지난 10년간의 RUPI 사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 공로로 작년 10월3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0회 대한민국 화학산업의 날’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다. 모두가 감사할 따름이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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