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오른팔’ 석태수 등 ‘용퇴’…조원태 체제 구축 나서
사장 이하 임원 직위체계 6→4단계로…“임원수 20% 이상 감축”

▲ 한진그룹 본사 / 연합뉴스

한진그룹이 다음달 2일자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하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이 물러났고, 당초 이번 인사에서 경영 복귀 여부를 놓고 큰 관심을 모았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명단에서 빠졌다. 

29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번 인사에서 조양호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이 물러났다. 석 부회장은 지주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 사장직은 유지하지만 그룹의 핵심인 대한항공에서는 손을 떼게 돼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셈이 됐다.

역시 조양호 회장의 높은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서용원 한진 사장과 강영식 한국공항 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동시에 물러났다. 

지난 4월 조양호 회장의 별세 후 그룹 수장 자리에 오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취임 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사실상 세대교체를 통해 자신의 체제 구축에 나선 셈이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승진 인사 규모는 사장 1명, 부사장 3명, 전무 6명으로, 우기홍 부사장이 사장으로, 이승범 전무 등 3명이 부사장으로, 박정우 상무 등 6명이 전무로 각각 승진했다.

1962년생인 우 신임 사장은 1987년 대한항공 기획관리실로 입사, 비서실, 그룹 구조조정본부 등을 거쳐 여객사업본부장, 경영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한진은 서용원 사장이 퇴임하고 후임으로 현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 노삼석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류경표 전무가 부사장으로, 주성균 상무 등 2명이 전무로 각각 승진했다. 

한국공항은 강영식 사장이 물러나고, 현 대한항공 자재부 총괄 유종석 전무가 후임으로 임명됐다.

한진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 이하 임원 직위체계를 기존 6단계(사장·부사장·전무A·전무B·상무·상무보)에서 4단계(사장·부사장·전무·상무)로 줄여 불필요한 결재 라인을 간소화하는 등 조직 슬림화를 꾀해 임원수를 20% 이상 감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경우 현재 회장을 포함한 임원 규모가 108명이지만 이번 인사와 직위체계 개편으로 29명(사임 18명, 그룹사 전·출입 11명)이 줄어 79명이 됐다.

한진그룹 측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하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위기관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원 규모를 축소하고, 젊고 유능한 인재를 중용하는 등 변화와 미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세대교체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인사를 앞두고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일단 이번 인사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3년4개월 뒤인 작년 3월 그룹 계열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한지 보름여만인 작년 4월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고 오너 일가의 폭언 등 갑질 파문이 확산되며 여론의 질타가 잇따르자 결국 또다시 모든 직책을 내려놨다.

재계 관계자는 “상속세 납부 문제 등도 있어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해 호텔 관련 업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여론 등을 감안해 아직 복귀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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