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명·반대 집회 3천명…집회 장소 분리해 마찰 없어

경남 창원에서 도내 처음으로 열린 퀴어문화축제가 큰 충돌 없이 진행됐다.

경남퀴어문화축제위원회는 30일 창원시 성산구 롯데마트 옆 중앙대로에서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를 열었다.

퀴어문화축제는 성 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인권을 보호하고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행사다.

2000년 서울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대구, 부산, 인천 등 7개 주요 도시에서 열렸으며 창원은 8번째 퀴어문화축제 주최 지역이 됐다.

이번 축제에는 주부산미국영사관을 포함해 32개 부스가 참여했다.

각 부스에는 성 소수자 존재를 홍보하는 상품들이 마련돼 후원금 형식으로 판매됐다.

주부산미국영사관은 ‘LGBTI RIGHTS=HUMAN RIGHTS’ 문구가 적힌 에코백 200여개를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영사관 관계자는 “성 소수자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널리 홍보하기 위해 무료로 에코백 등을 배부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성 소수자 부모모임 전숙경(50) 씨는 “퀴어문화축제가 서울 중심으로 열려 지방의 청소년들이 축제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며 “지방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니 경남의 성 소수자 청소년들도 숨통을 틀 수 있는 날이 생긴 것 같아 반갑다”고 말했다.

3살·8살 아들과 함께 퀴어문화축제를 찾은 서모(48) 씨는 “창원시내에 큰 축제가 열려 아들들과 함께 찾았다”며 “성 소수자에 대해 거부감은 없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행사장에서 창원광장까지 왕복 2㎞ 구간을 1시간 30분 동안 행진하며 경남도민들에게 성 소수자 존재를 알린다.

경남기독교총연합회 등 도내 기독교·보수단체도 이날 퀴어축제 행사장과 수백m가량 떨어진 성산아트홀과 창원시청 방면 인근 도로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반대 집회에는 무소속 이언주 의원도 참여해 “신앙에 따라 동성애를 반대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을 친 김시온(18) 씨는 “동성애로 에이즈에 걸린 환자들을 국민 세금으로 치료하는 게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퀴어문화축제와 반대단체 집회는 거리상 분리된 채 진행돼 우려했던 마찰은 없었다.

반대 측 관계자 20여명이 퀴어문화축제 행사장 인근까지 왔다가 경찰의 중재로 큰 마찰 없이 돌아가는 등 몇 번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퀴어문화축제 측은 축제장 입구에 ‘집회 주최측은 특정 단체의 집회 참가를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4조를 기재, ‘경남기독교총연합회, 바른가치수호경남도민연합 등 반대 집회 참가자 출입 금지’ 문구를 붙였다.

이날 퀴어문화축제에는 800명, 반대 종교·단체집회 3천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경찰은 8개 기동중대, 일선 근무 경찰관들로 구성된 18개 1단위 부대, 5개 여경 등 1천400여명을 배치했다.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퀴어축제 행사장과 반대 종교단체 집회 장소, 창원광장 인근에 안전 펜스를 설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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