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부지가 울주군 청량읍 율리로 최종 확정됐다. 농수산물도매시장 평가위원회는 이틀 동안의 현장 실사 등을 거쳐 지난 29일 7곳의 후보지 가운데 청량읍 율리를 최적지로 결정했다.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은 지난 1990년 남구 삼산에 들어섰다. 당시 이 일대는 큰 건물 하나 없었던 허허벌판이었다. 자동차 대수도 많지 않았던 그 시절, 삼산농수산물도매시장은 교통이 아주 불편한 공공시설이었다. 그러다 인근에 시외버스터미널, 고속터미널, 호텔, 백화점 등이 들어서면서 삼산 일대는 일약 번화가로 발돋움했다. 그러다 보니 주차장은 턱없이 부족해졌고, 도매시장은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여기다 올초에는 대형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이전의 당위성이 더욱 커졌다.

이번에 농수산물도매시장 평가위원회가 울주군 율리를 점찍은 것은 다른 후보지 보다 월등한 사통팔달의 교통망 때문이었다. 율리는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7호 국도와 부산~울산간 도속도로, 곧 개통될 울산~함양간 고속도로,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울산~언양간 고속도로가 모두 다 연결돼 있다. 여기다가 울주군청에서 문수산 하부를 통과해 삼동까지 연결되는 도로까지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핵심은 물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산하는지에 달려 있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울산 내의 농수산물 뿐만 아니라 울산과 연결돼 있는 도시 또는 지자체들의 농수산물을 팔고 사는 거점 역할을 제대로 할 경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주역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울주군은 부산과 양산, 대구, 밀양, 김해, 경주, 포항 등 750만 인근 도시 소비자를 아우를 수 있는 영남거점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양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이 사통팔달 도로는 거꾸로 대형 농수산도매시장 부지를 옥죄어올 수 있는 족쇄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하면 안된다. 특히 농수산물도매시장 주변의 그린벨트를 풀어 대규모 도시개발을 하거나 불필요한 공공시설물을 만들어 억지로 인구를 유입시키는 편법을 활용하다가는 유통이라는 핵심 가치를 상실할 수 있다.

이번 농수산물도매시장 부지 결정에는 구·군간 치열한 유치경쟁이 있었다. 경쟁이 치열했던만큼 탈락한 지자체의 반발도 심각하다. 수긍이 쉽진 않겠으나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제 낙후된 울산의 농수산물 유통시장의 새로운 도약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울주군 것도 아니요, 상인들의 것도 아닌, 울산시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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