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난 지난 10월12일, 울산외고 ‘CARD-P’ 학생들이 남구 삼산디자인거리에서 피켓을 들었다. 바로 ‘청소년 아르바이트 부당 처우 설문조사 및 인식개선 캠페인’을 전개한 것이다. CARD-P는 사회, 언론, 방송 등 다채로운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우리가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자’라는 취지로 모여 만든 동아리다. 우리는 CARD-P를 만들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청소년이 겪는 문제를 조사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다짐했다. 한 학기가량의 토론과 의견발표 활동 등 숙의를 거친 결과, 우리는 청소년 근로문제, 즉 아르바이트시 청소년이 부당한 대우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계로 ‘청소년 근로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온라인 설문 조사와 오프라인 캠페인을 함께 진행했다. 오프라인 캠페인에서는 근로기준법을 소개하는 동시에 ‘청소년 근로기준법을 얼마나 잘 아시나요?’와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다면,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설문 조사를 종합한 결과 ‘청소년 근로기준법을 얼마나 잘 아시나요?’의 질문에 ‘매우 잘 알고 있다’ 44표, ‘어느 정도 알고 있다’ 133표, ‘잘 모른다’는 96표로, 전반적으로 청소년 근로기준법에 대한 인식이 미미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매우 잘 알고 있다’와 ‘어느 정도 알고 있다’에 스티커를 붙인 사람은 대부분 금일 시험이 끝난 고등학생 중 법과 정치 과목을 배운 학생들이었다.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다면,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에 예라고 대답한 27명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한 34명의 시민과 인터뷰한 결과,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고, 심하게는 사장에게 폭행과 폭언 및 성희롱까지 당한 사례도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큰 충격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청소년이 노동하는 환경이 더욱 열악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이 남아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분노를 안겨주기 충분했다. 우리는 해결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먼저 또 한 번의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했다. 청소년이 누려야 할 권리, 청소년 노동에 대한 편견, 업주들이 지켜야 할 의무 등을 담은 소책자를 제작하여 거리의 시민들에게 배부했다. 또한 ‘청소년 노동 권리, 제대로 알자!’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 노동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겪은 어려움을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업주들을 직접 찾아 청소년 노동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물었다.

사실 우리는 청소년 근로의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지 못했다. 기숙사 고등학교라는 특성상 아르바이트를 경험할 기회가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실제 일선에서 노동하고 있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그리고 청소년의 근로 실태에 분노하지 않았던 우리가 부끄러워졌다.

우리의 캠페인과, 우리의 영상, 우리의 활동이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잘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 영향은 매우 미미해서 ‘어차피 해결 못 할 거 뭐하러 하냐?’라는 조소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지난 1년간의 활동은 절대 의미 없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며, 우리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는 시민들이 있음에,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설문 조사에 참여해주는 청소년 친구들이 있음에, 열악한 환경에서 함께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동료들이 있음에 진심으로 고마웠고 세상의 따뜻함이 아직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학교에서 수업만 전해 받던 우리가 세상에 목소리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몸 가득히 깨우칠 수 있었다.

아직 청소년들이 노동현장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당장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로 인해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부당대우에 경각심을 느끼고, 올바른 근로기준 준수의 필요성을 깨달아 행동에 변화가 있다면, 더불어 더 많은 청소년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선다면, 세상은 더 아름답게 변할 것이다. 한 개인의 작은 몸부림은 아무런 영향을 가하지 않지만, 개인이 모여 힘을 합치면 분명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우리는 믿는다. 울산외국어고 사회문제연구동아리CAR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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