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남호 울산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철학박사

최근 재벌(chaebol), 갑질(gapjil)에 이어 꼰대(KKONDAE)가 해외 언론에 보도 되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2019년 9월23일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꼰대를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으로 소개하였다. 꼰대는 본래 나이든 아버지나 선생을 일컫는 은어였다. 그러다가 최근엔 나이와 상관 없이 특정한 태도를 보이는 이들을 일컫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꼰대가 되지 않는 3가지 방법’ ‘꼰대와 어른의 차이’ 등과 같은 소재들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이른바 ‘꼰대 현상’이 우리 사회에 등장한 이유 중 하나는 시민 의식의 성숙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 직책, 직위, 권위로 상대를 찍어 누를 수 있는 ‘강압적 소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설득력 있는 근거 제시로 상대를 설득시키는 ‘합리적 소통’이 그 자리를 대체해 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관찰된다. 분명 우리 사회의 시민 의식은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꼰대는 우선 설득력 있는 근거 없이 “나 때는 말이야…” “어디 여자가…” 등과 같은 주장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절대화하는 사람이다. 경험이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공통 분모 같은 경험이 있더라도 사회 변화와 함께 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합리적인 근거 제시만으로 꼰대를 면하기는 힘들다. “여러분, 책을 많이 읽으시길 바랍니다”라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강조한다면 꼰대일까? 우선 독서가 우리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는 충분하다. 하지만 듣는 이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강조하거나 강요한다면 꼰대를 면치 못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실천적 지식’이 필요하다. 듣는 이를 배려하면서 적절한 때에 말하는 유연한 태도가 그것이다. 자기 주장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와 상대의 상황을 배려하는 배려심만 있어도 꼰대는 면할 수 있다. 김남호 울산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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