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필리버스터’ 놓고
여야 강경대치 국회 올스톱
민식이법 등 처리 물건너가
예산안도 시한 또 넘길 듯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무차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전략으로 열흘도 남지 않은 정기국회가 ‘올스톱’됐다.

지난달 29일 예정된 본회의 전 한국당이 모든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반발해 불참하면서,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은 모두 길을 잃었다.

여야는 1일 책임 공방만 벌이며 민생입법 처리를 위한 뚜렷한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력 부재 속에서 출구 없는 ‘치킨게임’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2일 본회의를 열어 민식이법을 비롯한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벼랑 끝 대치 중인 여야가 협상을 통해 이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울산시장 부정선거 등 친문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한국당을 맹비난하면서 ‘협상 정치의 종언’을 선언했다. 선거제 개혁안과 검찰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활로는 한국당을 제외한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를 통해 찾겠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를 완전히 마비시켜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려는, 필리버스터의 미명 아래 난폭하게 진행한 정치적 폭거”라고 한국당을 비판했다. 반면 한국당은 민생법안 처리 불발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면서, 본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에 대한 민주당과 문희상 국회의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민식이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 못하게 한 건 바로 여당이다. 우리는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했다.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 대상도 아니었다”면서 “그날(11월29일) 본회의가 열렸다면 민식이법은 통과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2일 본회의를 소집해 민식이법 등 어린이교통안전법, 유치원 3법, 원내대표 간 처리에 합의한 데이터3법과 국회법 등 민생개혁법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민주당과 한국당에 제안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더 신청하지 않는 것은 물론, 기존에 신청한 199개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철회해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기본적으로 선거제 개혁안·검찰개혁안 지연을 위한 필리버스터를 국회법에 따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 기존에 신청한 필리버스터는 철회하지 않을 전망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여야가 합의를 이뤄온다면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 중이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 보장과 함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등 ‘친문(친문재인)게이트’ 국정조사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양보 안 한다”며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서 5년 연속 예산안 법정처리시한 위반도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2020년도 예산안은 국회법에 따라 이날 0시를 기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여야는 법정 처리시한인 2일까지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하지만, 심사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시한 위반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뒤 국회는 그해에만 법정처리시한을 준수해 예산안을 처리했고, 이후 2015·2016년 12월3일, 2017년 12월6일, 2018년 12월8일 등 4년간 매번 예산안을 ‘지각 처리’했다. 문 의장도 예산안을 정부 원안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어 여야가 수정안을 합의해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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