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첩보(김기현 前 울산시장 측근비리) 출처 “靑 하달” 밝혀

▲ 자료사진

황운하 수사 지지부진속
사실상 마지막 돌파구로
정보출처 제출요구 공문
울산경찰청, 출처 답신
‘하명수사 의혹’ 연루 지목
靑 민정비서관실 출신
검찰 수사관 사망 파문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 수사와 관련, 울산지검이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사건으로 비화된 이번 사건의 단초를 어떻게 포착했는지 정황이 드러났다. 또 이번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연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출신 검찰수사관이 1일 숨진채 발견돼 또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1일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울산지검은 올해 3월 김 전 시장 측근비리 혐의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한 뒤 자유한국당 등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고발한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출석요청에 당시 담당수사관들이 불응하고 통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법원도 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의 황운하 전 청장에 대한 수사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울산지검이 사실상 마지막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 경찰에 보낸 김 전 시장 측근비리 수사착수에 대한 정보출처 제출요구 공문이었다. 울산지검은 올해 5~7월께 울산경찰청에 측근비리 수사에 착수하게 된 첩보의 출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첩보가 울산에서 생성된 것일 경우 울산경찰의 자작수사를 의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출처공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울산지검의 의도와 달리 울산경찰청은 ‘청와대에서 하달된 첩보를 근거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이를 통해 울산지검은 청와대 하달 첩보로 김기현 전 시장의 측근비리 수사가 시작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수사를 진행했던 울산지검 측은 경찰이 허위공문서 작성에 대한 부담감을 가졌거나, 검찰이 출처를 알고 수사를 덮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문을 보낸 것으로 추측했다. 이후 울산지검은 청와대와 어떤 공문을 주고받았는지 목록을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울산경찰청은 7월 이후 답신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울산지검은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됐을 수도 있다’고 보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특검으로 갈 수도 있는 사안으로 판단했다. 경찰로부터 청와대 하달첩보로 수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청와대가 연관된 만큼 공무원 개인비리와 다른 차원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울산지검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연루돼,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는 사표 쓸 각오를 해야 한다’ ‘기소후 무죄면 사표고 유죄라도 인사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다’ 등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검 수사관계자는 “당시 황 청장에 대한 수사와 건설업자 A씨에 대한 수사는 두 갈래로 나눠 진행했는데, 둘 중 어느 쪽이 무너지면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봤다”며 “징역 15년을 구형받은 건설업자 A씨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에 부담을 느끼면 입을 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경찰이 김 전 시장 주변 비리의혹과 관련, 9차례에 걸쳐 청와대에 수사 상황을 보고한 과정에서 사건의 증거관계 등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선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황운하 전 청장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의 울산지검 수사자료,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의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을 살펴보며 당시 보고에 부당한 내용이 있는지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울산경찰청이 울산시장 비서실을 압수수색하기 한달 전 청와대에 1회 보고하는 등 청와대에 수사상황을 총 9회 보고했다고 밝혔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주 국회에 출석해 당시 민정수석실이 경찰로부터 9차례의 수사 관련 보고를 받았고 압수수색 20분 전 보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휘하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한 검찰수사관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수사관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말과 함께 최근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음을 시사하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A수사관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경찰이 김기현 전 시장 주변의 비위 혐의를 수사한 일과 관련해 불거진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인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에서 경찰청에 이첩한 김 전 시장 관련 첩보가 울산경찰청으로 하달돼 수사가 이뤄졌는데,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들이 울산으로 내려가 수사상황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A수사관은 당시 울산으로 내려간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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