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걸 울산중구 태화동주민자치회장

울산시 중구 태화동에는 요즘 새로운 바람이 일렁인다. 첫 시작은 지난 7월 태화강국가정원 지정으로 비롯됐고 이후에는 중구관내 처음으로 ‘주민자치회’가 시범운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태화강국가정원이 전 시민의 염원으로 유치해 낸 것이라면, 태화동주민자치회 시범실시는 새로운 기회를 맞아 앞으로는 주민들 스스로 힘을 모아 쇄신의 기운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가는 계기를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주민자치회 시범동인 태화동에서 30년 간 살았다. 사실 주민이긴 했지만 마을에 대한 애착과 관심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했다. 주변 어르신을 살피고 불우이웃을 돕는 정도에 머물렀다. 그런데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여름 주민자치회 위원을 모집한다는 플래카드를 본 것이다. 내 인생을 좀더 의미있게 보내고싶어 기꺼이 동참했고, 꼭 필요한 교육과정(4시간)을 이수했으며,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이어 임원선거에서는 회장으로 당선되기까지 했다.

50여명으로 출발한 태화동주민자치회는 국가정원활성화, 문화교육, 건강복지, 마을재생 등 7개 분과로 나뉘어 각 분과의 성격에 맞는 사업을 모색하는 중이다. 이는 주민이 지역사회 주인으로서 직접 활동하는 것이다. 골목길, 아파트단지, 주차장, 녹지공간, 문화공간, 운동공간을 살펴보고 보육환경이나 안전문제 등 주민 개개인의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는 것이다. 그 동안은 공공영역이 해결하던 문제를 주민과 주민 상호 작용과 연대를 통해 좀더 세심하게 살피고 해결하는 동력을 만든 것이라고 보아진다.

이같은 주민활동이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마을과제가 표출되어야 하는데 이또한 민주적인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절차를 거쳐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 마을문제를 해결하는 주민활동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유도하고, 참여한 주민이 공평한 의사표현으로 존중받도록 민주적 절차가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공성에서 꼭 필요한 요건이기도 하다.

주민자치, 마을공동체는 원리적으로 다른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다. 주민자치는 마을 주민이 더불어 행복해지는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것이고, 주민이 서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할수록 주민자치는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다.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는 서로의 존재 근거가 되기도 하고 상호 활성화를 위한 환경이다.

주민자치가 마을 혹은 동 단위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의사결정 원칙과 절차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면, 마을공동체는 주민의 공익적인 활동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을살이의 모습이라 하겠다. 그래서 주민자치는 주민 대표성,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주민 들의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를 중요하게 다룬다.

이제 주민자치회가 출범한지 4개월 차, 그 동안은 새로 구성된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방점을 뒀다면 이제부터는 그렇게 만들어진 상호관계망을 기반으로 주민 스스로 마을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실질적으로 펼쳐나가는 시기에 도달했다.

이에 태화동 주민자치회는 12월15일을 주민총회의 날로 선포하고 7개 분과위원들이 열심히 만든 8개의 자치계획 사업계획안을 모든 주민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당일 오후 2시 태화초등학교 체육관에서는 수백명 주민들이 참여해 발표되는 사업계획안을 놓고 숙의 과정을 거쳐 자치계획 사업안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내년에는 이날 하나로 모아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를 실천하는 과정이 또한번 펼쳐지게 된다. 민주적 절차에 의한 주민자치를 비로소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같은 ‘주민자치회’가 울산시 중구 관내 13개 법정동 중 ‘태화동’에서 가장 먼저 시범운영되고 있다. 좀더 많은 이웃이, 동민과 구민, 더 나아가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모아지면 좋겠다. 안병걸 울산중구 태화동주민자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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