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환경 전망 국제 콘퍼런스
무역법 301조 활용 가능성 높아
한국車 고관세에 수출 타격 우려
WTO 상소기구 기능 사실상 정지
한일간 상호 협력 지속 의견도

내년 글로벌 통상 환경은 미국 대선, 중국 무역정책 변화 가능성, 세계무역기구(WTO) 위기 등의 변수에 직면하게 되며, 한국은 이에 대비한 적극적인 통상전략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민 서울대 교수는 2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2020 글로벌 통상환경 전망 국제 콘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 정부는 대선이 있는 내년에는 통상문제를 외교정책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경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은 대미 통상정책을 재점검하고, 미국과 협력적·우호적 관계를 잘 유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싱크탱크 케이토(Cato) 연구소의 대니얼 아이켄슨 선임연구원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어느 당이 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든 중국 정책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중국이 중상주의적 기술정책을 포기하거나 축소하는 조치를 한다면 미중 갈등이 완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테일윈드 글로벌 전략의 브루스 헐쉬 대표는 최근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한국산 등 수입 자동차 대상 고율 관세 부과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언급한 뒤 “향후 협상의 새로운 지렛대로 1974년 ‘무역법 301조’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 행위로 미국의 무역에 제약이 생긴다고 판단할 경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보복 조치를 강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때 적용한 조항이다.

콘퍼런스에서는 올 연말 시한이 되는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 기능의 정지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미중 경제전쟁과 한일 통상마찰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WTO 분쟁 해결 체제의 위기까지 겹쳐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 있다”며 “WTO 체제의 재건과 새로운 FTA 전략을 통해 대외 통상환경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주 무역협회장도 개회사에서 “2020년은 WTO 출범 25주년이 되는 해인데, 조만간 WTO 상소기구의 기능이 사실상 정지되는 유례없는 위기를 맞게 된다”면서 “다자 무역체제는 점차 약화하고 ‘메가 FTA’와 분야별 무역협정으로 파편화·다층화한 글로벌 통상질서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자유무역 수호와 WTO 개혁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협력하고, 이와 관련해 민간의 통상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가와세 츠요시(川瀨剛志) 일본 조치대 교수는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통제 변화 조치는 한일 양국의 무역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 “양국이 미래 협력을 위해 WTO,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공통의 관심사에서 상호 협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무역업계, 주한 외국대사관, 정부, 학계 등의 관계자 250여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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