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공로연수 중인 공무원은 4076명에 이르렀다. 2016년 3175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울산시도 2016년 32명에서 2018년 74명으로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연간 공로연수자에게 지급된 보수와 교육훈련비가 2240억원에 달한다. 공로연수가 ‘놀고 먹는 제도’로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행안부가 이같은 비판을 의식해 제도개선에 나섰다가 결국 제도를 없애기 보다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인사적체를 우려한 지자체와 공무원노조의 반발이 이유다. 이런 가운데 울주군이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공로연수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울주군이 3일 밝힌 ‘2020년 공로연수 개선 계획’에 따르면 5급 이상 공무원의 공로연수 기간을 6개월 의무 혹은 1년 희망으로 변경했다. 대상자의 폭도 정년퇴직을 1년 앞둔 5급 이상 공무원에서 20년 이상 근속한 전 직급으로 확대했다. 공로연수제는 퇴직을 앞둔 공무원에게 ‘사회에 적응할 준비 기간을 주자’는 취지로 1993년 도입된 제도다. 세월이 흐를 수록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준다는 의미가 커지면서 공로연수는 사실상 의무화 됐다. 공로연수가 아니면 명예퇴직을 해야 하지만 별도의 퇴직금이 없는 명퇴를 신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번에 울주군이 내놓은 개선방안도 희망하면 1년을 할 수 있는데다, 6급이하에게는 의무규정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공로연수의 내실화방안도 마련했지만 실행가능성은 미지수다. 기존 합동연수 60시간 이수 외에 사회공헌활동 20시간을 의무화하고 연수성과물 제출을 필수로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선 사실상 퇴직한 것이나 다름없는 공로연수자가 규정을 엄격하게 지킬 리가 만무하다. 연수성과물을 필수로 제출하도록 하는 것도 연수의 집중도를 높일 수는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활용성이 있는 성과물도 아닌지라 당위성이 떨어진다. 공연히 후배 공무원들이 퇴직 공무원 감시·관리에 행정력 낭비만 초래할 우려가 크다.

시민사회가 공로연수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는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는 공로연수제도를 없애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의 근본적인 제도개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초지자체인 울주군이 아무리 애를 써도 효용성 있는 개선안을 내놓기도 어렵다. 공무원이라는 동일한 신분을 가졌는데 퇴직 시 울주군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공로연수에서 차별을 당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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