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재해석·동시대 감성 연결
지역특성에 맞는 콘텐츠 발굴 통해
울산만의 ‘헤리스타’ 고민해야할때

▲ 현숙희 무용가·전 영산대 초빙교수

신문으로 시선을 보냈는데 순식간에 눈길을 사로잡은 한장의 흑백사진. ‘100년전 조선제일 소리꾼들 단체샷 나왔다’라는 제목을 안고 있다.

1913년 일본에서 촬영한 것으로, 여전히 선명한 106년전 사진 속에 당시 조선을 주름잡던 소리꾼 4명이 장구를 가운데 두고 서거나 앉아 있다. 근대 동편제 판소리의 거장 송만갑(1865~1939), 경기·서도 잡가와 재담의 1인자였던 박춘재(1881~1948), 아리랑 가요를 처음 음반에 녹음했던 기생가객 조모란과 김연옥이 녹음을 위해 일본 축음기상회에 모인 것이다.

이 사진은 근대기 예인들의 가장 오래된 사진기록이라는 점과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이들의 청장년시절 전성기 용모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특히 박춘재와 송만갑의 대조적인 용모가 흥미로운데, 비슷한 두루마기 차림이지만 박춘재는 머리를 양식으로 깎아 서울 소리꾼의 깔끔한 외양을 드러낸 반면, 상투에 갓을 쓴 송만갑은 투박한 남도 소리꾼 풍모를 내보여 눈길을 끈다고 적혀 있다.

마음이 떠나지 않고 머물러지는 한장의 사진, 사진 속의 스토리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심금을 울린다. 나도 모르게 들어본 적 없는 소리와 장구 가락에 춤을 얹어 마치 그들과 동무라도 된양 한참이나 그 시절을 함께 유유(悠悠)했다. 사진 한장이 과거에서 미래를 스스럼없이 관통하며 현재의 예술을 창출하는 생명의 씨앗임을 새삼 체험한다.

‘미스터 션사인’과 같은 감동적인 드라마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진 속 한 사람의 역사가 문화콘텐츠로 재생산되는 문화유산임을 문득 다시 절감한다.

문화유산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고 활동하는 전통플랫폼 헤리스타라는 그룹이 있다. 창립한지 2년이 가까이 된 헤리스타는 문화재와 역사문화를 기반으로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마스타플랜을 설계한다. 헤리스타(HERISTA)는 문화유산을 뜻하는 헤리티지(Heritage)와 축제를 뜻하는 페스타(Festa)의 합성어이다.

문화재와 역사문화인 전통을 재발견해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문화로 사람들의 마음을 잇는 일이 헤리스타의 미션인 동시에 비전이다. 그들은 문화-예술-콘텐츠-사람을 잇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의 문화 메신저가 되는 것이 존재의 이유라고 설명한다.

지금 우리 울산에서도 바로 법고창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문화를 재해석한 콘셉트 디자인과 메시지 기획으로 콘텐츠를 창작하여 대중과 소통하는 문화산업이 필요하다.

전통문화는 흘러간 문화이거나 흔적이지만 동시대 사람들에게 감성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아이템과 콘셉트를 발굴해내면 곧 현재와 미래의 문화가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와도 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거창해보이는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마스타 플랜도 역사성을 가진 흑백사진 한장을 소중하게 여기고 접근하는 사람들에 의해 비로소 시작된다. 문화산업은 창의력과 사람이 자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콘텐츠 산업은 창의력. 즉 두뇌만 가지면 얼마든지 시장규모를 키울 수 있다.

문화예술이 밥 먹여주냐고 하던 옛어른 말씀이 무색해지는, 콘텐츠가 밥 먹여주는 현시대의 주소에서 우리 먹거리산업 이유를 찾게되는 것이다.

문화산업에 수많은 창업자가 뛰어들고 있다. 기초예술과 전통문화가 지닌 미래가치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문화예술기업들이 적잖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헤리스타는 창립 첫해 2018년에 전통예술 복원사업 및 재현사업, 미디어 파사드 콘텐츠 개발, 서초 서리풀페스티벌 평가연구 등 컨설팅 프로젝트를 추진, 지역 문화 활성화의 비전을 도출하고 발전 전략을 마련했다.

올해는 역사문화도시인 충남 공주의 미래 먹거리 프로젝트로 마스터플랜을 수립,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문화의 옷을 입힌 콘텐츠 기획과 전략 개발을 통해 문화적 혁신은 물론 문화가 넘실대는 미래 가치를 창출해낸 것이다.

어제를 담아 내일을 전하는 헤리스타를 통해 울산을 생각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담을 것인가. 무엇을 지울 것인가. 현숙희 무용가·전 영산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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