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운전·신호위반·안전 불이행 등
교통사고 대부분 인적요인이 원인
상대를 배려하는 운전습관 확산되길

▲ 정신택 남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운전을 늦게 배운 필자는 운전습관이 불규칙한 편이다. 때로는 조심스레 운전하는가 하면, 때로는 험한 운전을 하는데 이 때문에 옆자리에 탄 집사람에게 자주 핀잔을 듣기도 한다. 질책의 주된 이유는 요즘같은 험한 세상에 다른 운전자를 자극하여 다툼으로 비화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 한다. 이렇게 우리 생활속 가장 중요한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를 매일 운전하며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로드 레이지(Road Rage)’,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운전자의 난폭행동이다. 주요 표출 양상으로는 급가속과 급정지, 다른 차량과의 의도적 충돌유발 등 난폭운전이 이에 해당한다.

1984년 미국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에 처음 등장한 이 표현은 이후 로스엔젤레스 주변 고속도로에서 총기 발사 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정착된 단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1990년에서 1996년까지 로드 레이지로 인한 운전자끼리의 싸움으로 218명이 사망하였으며, 심각한 교통사고는 매년 1200건 이상 보고되고 있다 한다. 이제는 로드 레이지를 순간적인 감정조절장애를 넘어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왜 인간은 자동차 안에서 더 분노하고 흥분하는가? 도로 위의 분노가 얼마나 위험하며 우리는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우리 뇌에서 가장 큰 부위인 전두엽의 기능 중에는 감정적 반응의 조절과 사회적 행동의 통제를 담당하는 억제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을 담당하는 안와전두엽(orbitofrontal) 부위의 병변이 발생하게 되면 감정의 기복이 커져 쉽게 화를 내며 다투는 일이 잦아지고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배려가 사라져서 인간관계에 많은 갈등을 일으킨다고 한다. 이러한 때에는 평소 우리뇌의 뇌파가 안정을 담당하는 알파파가 감소하고 불안과 흥분, 긴장과 관련된 베타파가 지배하게 된다고 한다. 어느 TV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로드 레이지의 모습들은(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휘두르는 야구방망이, 골프채 등 적나라한 모습과 운전대만 잡으면 괴물로 돌변하는 인간의 이중성, 심지어는 신앙심 깊은 종교인도 인격을 망각하고 본능에 충실한 성격으로 퇴행시키는) 우리에게 경악을 넘어 자기자신에 대한 두려움마저 심어주었다. 이러한 인격의 급격한 변화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전개되어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야기한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교통사고의 원인 중 인적요인이 97.3%를 차지한다고 한다. 안전운전 불이행, 신호위반, 음주운전 외에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난폭운전과 보복운전이 이에 해당한다. 불특정다수를 위협하며 교통상의 위험을 초래하는 ‘난폭운전’은 도로교통법에 정한 금지행위를 연속적으로 반복할 경우에 처벌대상이 되나, 특정인을 상대로 한 위법행위는 ‘보복운전’으로서 형법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 따라 특수상해, 특수협박, 특수폭행, 특수손괴에 해당되어 가중처벌되는데 단 1번의 행위로도 처벌대상이 된다. 이와 아울러 지난 2015년 12월 국회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보복운전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운전면허가 취소·정지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법과 규제가 사회의 모든 불법행위를 예방할 수는 없다. 각박해져가는 현대사회의 디지털스피드와 고도의 전자문명을 쫓아가야 하는 강박 속에서 우리 모두는 사회와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조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을 스스로 통제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자동차라는 익명성 보장 공간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외딴 섬처럼 괴리시켜 책임감을 못느끼는 공간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디지털문명 속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찾고 사회의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감정의 기복을 느낄 때 심호흡을 하며 감정조절 연습을 해야하고, 운전중 상대운전자에게 공손하고 친절하게 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사용하여 상대 운전자에게 진로변경을 예고하고, 비상등을 켜서 미안함을 표시해야 한다. 통계에 의하면 이런 간단한 표현만으로도 98%이상의 남녀운전자 모두가 마음이 누그러진다는 응답결과가 있었다. 그리고, 어떤 차가 내차를 앞서가는 것은 단순히 차선을 바꾸는 것이지, 내 인생을 추월하는 것이 아니라는 여유로움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남구의 ‘차없는 문화거리’처럼 언젠가 실현될 평화로워진 도로의 모습을 꿈꾸어 본다.

정신택 남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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