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리 관련 첩보를 송병기 울산경제부시장이 제보했다는 사실이 4일 저녁 밝혀지면서 울산시정이 마비 상태가 됐다. 송부시장은 5일 출근 후 곧장 집무실에 올라가서는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 한편 집무실 앞에는 청경과 직원 너댓명이 지키고 서서 언론의 접촉을 제지하고 있다. 오후 3시 기자회견에서도 송부시장은 1분50여초만에 회견문을 빠르게 낭독하고는 질문도 받지 않고 퇴장해버렸다.

송 부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친분이 있던 총리실 A행정관에게 ‘제보’한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으나 “언론을 통해 시민 대부분이 알고 있던 내용으로, 선거를 염두에 두고 제보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모순이 있다. 그는 김기현 전 시장의 취임 1년 후인 2015년 7월 53세의 나이에 원치 않는 퇴임을 하고 울산발전연구원 공공투자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2년만인 2017년 8월 퇴임했다. 퇴임 후 곧바로 송시장의 출마를 돕는 모임에 합류했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A행정관과 통화한 것이 2017년 하반기쯤이라고 밝혔다. 송 시장을 도와 선거준비를 하고 있던 시점과 통화시점이 겹치는데 선거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말은 믿기가 어렵다.

울산경찰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서 출발한 이번 사건은 청와대와 중앙정치무대로 올라가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으로 몸집을 불리더니 송부시장이 ‘최초 제보자’라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다시금 울산시에 대형 불똥이 떨어진 셈이다. 이에따라 울산시정의 혼란도 불가피해졌다. 앞서 지난 2일 송철호 시장은 “펑펑 내리는 눈은 곧 그칠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불안해하지 말고 당당하게 맡은 일을 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눈이 그치기는커녕 폭설로 변하면서 누구도 일에 몰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송철호 시장의 개입여부도 관건이다. 송시장은 5일 출근길에 “최초 제보자가 송병기 부시장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송부시장 임명을 강행했던 만큼 두사람 사이의 각별한 관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송시장은 직제개편을 통해 송부시장의 업무 범위를 대폭 늘려 ‘7대 성장다리’ 등 주요정책을 모두 관할하도록 해놓고 있다. 울산시는 연말에 큰 폭의 인사를 통해 새로운 2020년을 설계하려던 참이었다. 임기초반 폭넓게 펼쳐놓은 새로운 사업들을 하나하나 재점검하고 성과를 보여야 하는 시점이다. 울산시정의 앞날이 송시장과 송부시장의 빠른 결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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