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심리적 긴장이나 장애

두통·불면·호흡곤란 등 증상

부정맥·우울증 등 유발하기도

심한 경우 인지행동치료로 교정

정신질환 동반땐 약물치료 해야

▲ 최호동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다. 스트레스란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나 조건에 처할 때 유기체가 경험하는 신체적, 심리적 긴장이나 장애’를 말한다.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나 조건은 꼭 나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유치원생이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가게 되는 것,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직장을 가지게 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게 되는 것, 아이를 가지는 것 등 누구나 들으면 축하한다고 할 만한 일들이다. 하지만 처음 겪는 일, 예측하지 못하는 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은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스트레스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최호동 마더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변화와 대처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개인심리에 따라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

인간이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는 상태와 조건은 다양하다. 보통 일상생활의 주요한 변화를 초래하는 사건에서 스트레스가 많이 발생하는데 배우자의 사망, 이혼, 결혼, 임신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이나 소음, 비위생적인 환경도 스트레스를 준다. 이밖에도 과도한 신체적인 활동과 연관된 스트레스, 응급한 상황을 상상하게 될 때의 심리적 스트레스, 사회적·대인관계에 의한 스트레스 등 다양하다.

하지만 최호동 전문의는 “힘든 상황에 처하더라도 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냐 아니냐는 각 개인이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방식과 해결하는 태도에 따라 다르다. 때문에 이를 대하는 심적인 상태나 태도도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감지하면 위험에서 대항하거나 벗어나기 위해서 여러 생리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최 전문의는 “근육과 뇌에 많은 혈액을 보내기 위해 맥박과 혈압이 상승하고, 많은 산소를 얻기 위해 호흡이 빨라지며, 즉각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근육이 긴장된다. 피부, 위장관, 신장, 간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고 혈액 내부의 당, 지방, 콜레스테롤이 증가된다. 이런 이유로 피로감, 두통, 불면, 근육통증, 호흡곤란, 복부 불편감, 손 떨림 등의 신체적 문제가 나타난다”고 했다.

◇다양한 신체적·감정적 반응 유발

또 스트레스는 긴장, 불안감 등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기도 한다.

최 전문의는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우울, 예민함, 공허감 등의 정서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또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주의가 산만해지며,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거나 일상생활의 결정을 내리는 것에 어려움이 생긴다. 스트레스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여러가지 부적응적인 행동양식도 나타나는데, 일을 미루거나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고 지각을 하거나 아예 사람들을 만나지 않기도 한다. 또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흡연, 음주, 폭식, 도박 등의 행위들이 더 나아가 중독이나 의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로 인해 질환도 생길 수 있다.

최 전문의는 “급성 스트레스는 심장 근육 허혈, 부정맥, 동맥 내 불안정한 경화반 증가, 혈전형성 등의 위험을 증가시켜 허혈성 심질환, 심근경색, 부정맥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유발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동맥경화, 부교감신경계 약화 등을 일으켜서 고혈압, 허혈성 심질환 등의 발현을 쉽게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의 연관성도 높다. 그는 “우울증으로 대표되는 기분장애, 공황장애와 같은 불안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정신질환이 주로 스트레스와 연관되는 정신질환들이며, 이 외에 다른 정신질환들도 스트레스로 인해 악화되거나 재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스트레스, 전문가 도움 받아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해도 원인만 제거한다면 우리 몸과 마음은 충분히 원 상태로 돌아온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거나, 만성적이거나, 2차적으로 우울증, 불안증, 신체화장애 등의 질환으로 이어진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주요 정신질환이 있고 스트레스가 이를 악화시키는 상태라면 적절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또 심한 스트레스 상태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는 증상을 빨리 감소시키기 위해 항불안제, 수면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된다.

최 전문의는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질환으로 진단하기 애매한 상태에서 부적절하게 장기간 이런 약물들을 사용한다면 약물 의존이나 내성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꼭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용량을 적절한 기간동안 사용해야 한다. 약물 외에도 심한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에 대한 인지적, 신체적, 정서적 개입이 필요하다. 이런 개입에는 이 상황이 스트레스 상황을 판별하고 잘 대처하고 있는지 스스로 평가하고 변화시키는 기술(인지재구조화), 스트레스원을 관리하기 위한 행동 기술(시간관리, 문제해결, 자기주장) 등을 배우는 인지행동치료가 있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경미한 스트레스는 적당한 휴식, 나만의 기분전환 방법 등으로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감당할 수 없고 반복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무기력해져 있거나 음주, 폭식, 과소비 등의 부적절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다 실패하고 있다면 전문가를 통해 적절한 도움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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