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홍 사회부 기자 aqwe0812@ksilbo.co.kr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역대급 우승경쟁을 펼친 ‘K리그 드라마’가 울산에는 비극적인 결말로 막을 내렸다. 현장에서 2005년 이후 14년만에 우승컵을 기대하던 울산 사무국 직원들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준비한 ‘진짜’ 우승트로피는 울산에 왔었다.

그러나 울산이 진짜 트로피를 드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지 못했다해서, 울산의 이번 시즌이 단지 실패로 치부돼서는 안될 일이다. 우승을 염원하던 지난달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는 1만9011명의 관중이 모였다. 올 시즌 첫 매진이자 최다관중이었다. 12월1일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1만5000명의 팬들이 울산의 우승을 보기 위해 모였다. 현장에서 우승을 기대했던 팬들은 닭똥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2013년 12월1일의 악몽을 다시 꺼내야 했다.

올 시즌 울산은 우승하지 못했지만 많은 것들을 보여줬다. 전북 천하이던 K리그에서 대항마가 될 팀이란 걸 증명했고, 그에 걸맞는 관중 동원력도 입증했다. 안방을 옮기면서도 말이다. 많은 돈을 투자해 선수를 보강했고, 팬들을 운동장으로 불러모으기 위해 다각도로 소통을 강화했다.

결과까지 얻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우승에 근접한 승점까지 쌓았다. 그런데도 팬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요한 경기에서 약점을 번번히 드러냈던 충격이 너무나 컸다. 지난해 FA컵 결승 대구와 2차전이 그랬고 ACL 수원과의 16강전 패배, 올 시즌 ACL 우라와 레즈와 16강전이 그랬다. 스플릿 라운드 돌입전 포항 원정도 그랬다. 돌아보면 아쉬운 경기가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같은 실수가 반복돼선 안된다.

내년 출전이 확정된 ACL은 울산은 물론이고 K리그 전체에 아주 중요한 대회가 될 전망이다. 2020년 ACL의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2021년부터 24개팀으로 확대되는 FIFA 클럽월드컵 참가 티켓을 따낼 경우 최대 수백억원의 상금을 얻을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쉬운 올 시즌을 진지하게 곱씹어야 할 때다. 내년 K리그와 ACL이 매우 중요한 울산이다. 비극으로 끝난 올해를 디딤돌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팬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세홍 사회부 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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