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사익과 자리보전 위해
집권이 유력시되는 당으로 이합집산
내년에도 철새 얘기로 시끌벅적할 듯

▲ 남호수 동서대학교 융합전자공학과 교수

올해도 어김없이 날아든다. 겨울 철새다. 낙동강 하구, 주남저수지, 태화강 철새공원 등지의 따뜻한 남쪽을 찾아온 수 만 마리의 철새가 군무를 이루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 남쪽에 날아오는 철새는 겨울 철새와 여름 철새로 나뉘는데, 이중 겨울 철새는 여름에 시베리아나 만주 등지에서 번식하다 겨울에 저위도의 따뜻한 지방에서 월동하는 새를 일컫는다. 우리나라에 오는 철새는 겨울 철새 140여 종, 여름 철새 60여 종 등 모두 200여 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새는 먹이가 풍부한 장소와 시기에 새끼를 기르고 월동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사실은 조류의 진화과정에서 획득된 적응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철새 가운데 단거리를 이동하는 휘파람새 같은 떠돌이새도 있지만, 번식과 새끼를 기르기 위하여 무려 1만km를 넘는 장거리를 날갯짓과 기류를 타고 이동하는 검은가슴물떼새 같은 철새도 있다. 철새는 다른 새무리에 함부로 붙지 않으며, 무리를 지어 위험을 감수하고 험난한 길을 헤쳐나가며 번성해 간다.

수만 리의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에게 방향감각은 매우 중요한데, 대륙을 이동하는 철새들이 어떻게 제대로 목적지를 찾아가는지에 대한 설이 분분하다. 일부 조류는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해서 이동하기에 목적지를 찾아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 신비롭고 대단하게 보인다.

한편, 철새 떼의 개체수가 한 계절에만 수만 마리를 넘기니 지역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매우 커서 생태보존의 척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대륙을 넘나들면서 기생충이나 전염병의 전염원이 되어 말썽을 부리기도 한다. 반면, 철새들은 수많은 병원으로부터 감염을 당하고 버텨왔기에 대단한 면역력을 갖고 있다. 면역력이 약한 철새는 애당초 죽어 없어졌기 때문이다. 여하튼 철새가 찾지 않는, 돌아오지 않는 땅은 생태환경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일부 철새 가운데 기온 상승이나 먹이가 사철 풍부한 나머지 이주하지 않고 주저앉는 경우가 있는데, 즉 텃새이다. 우리나라 텃새는 70여 종인데, 사람 주변에 터를 잡고 사람과 함께 살아가던 텃새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나그네새도 있다. 철새로 이동하는 중간에 잠시 머무는 새를 일컫는다. 자주 눈에 띄지는 않으나 길잃은 떠돌이새도 160여 종이나 되며, 이들은 주로 이동 중에 무리에서 벗어나 낙오되거나 태풍이나 지구온난화 같은 이상기후 때문에 떠도는 새들이다. 텃새 가운데 우리에게 친숙한 까치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하여 무리를 지어 텃세를 부리기로 유명하기도 하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얘기도 아마 텃새이기에 모르는 사람이 보이면 우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한다.

내년 초에 총선이 있다. 아마 또 다른 철새 얘기로 시끌벅적할 것이다. 철새도 있고, 텃새도 있고, 큰 곳으로 가기 위해 잠시 거쳐 가는 나그네새, 또 방향감각 없이 길 잃은 새는 없는지 모르겠다. 철새도 명분은 있어 주로 국민을 받들기 위해, 지역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 힘을 갖고 일을 하기 위해, 한 번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등등의 핑계를 대곤 한다. 심지어 “갔다가 오는 게 철새지”라는 우스갯소리도 듣는다. 그래도 먹이와 양지만 찾는 것임에는 변함이 없으리라. 매번 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선거만 지나면 다시 양당 구조로 되돌아가는 쳇바퀴 속에서 철새의 바이러스만 횡행하지 않나 싶다.

정치인이 자신의 철학과 노선, 정치적 이념의 실현을 위하여 정당을 꾸리거나 이동하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으랴마는 철새와 달리 4년 주기로 이동을 하니 비난을 받는 것이다. 그저 자리보전에만 목적이 있어 오른쪽 왼쪽, 여당 야당, 집권이 불투명한 곳에서 집권이 유력시되는 정당으로 종횡무진, 양지만 바라본다면 마땅히 손가락질을 받을 일이다. 아울러 텃새가 안주만 하고 텃세나 부리는 모습도 보이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쓸데없이 철새를 욕보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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