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기자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진행됐다는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울산이 전국 뉴스의 중심에 섰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 제보자로 지목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지난 5일 ‘시장선거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다’는 식의 입장을 발표했지만, 질의응답 없이 약 2분간 준비한 원고를 읽는, 일방적 발표로 끝나면서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 지난 6일에는 검찰이 송병기 부시장에 대한 소환 조사와 부시장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하명수사 의혹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거짓말 같은 해명 때문이 아닐까. 일명 ‘백원우 별동대’로 불린 청와대 특감반원들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울산에 내려온 사실이 알려졌다. 청와대는 하명수사 차원이 아니었냐는 의혹에 대해 고래고기 사건과 관련한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방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울산해경과 울산 검찰·경찰을 만났다고 했다. 하지만 울산을 찾은 특감반원 중 한 명이 하명수사와 관련한 검찰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청와대 해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제보 경위에 대한 해명도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당초 청와대는 비위 제보자가 “정당 소속이 아니다”며 시장 선거와 무관한 인물인 것처럼 설명했지만 당시 김 전 시장과 맞붙었던 송철호 시장 후보의 최측근인 송병기 부시장이 최초 제보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와대는 제보자(송병기 부시장)가 과거 우연히 캠핑장에서 만난적이 있는 문모 행정관에게 먼저 SNS를 통해 전달했다고 설명했지만, 송 부시장은 문모 행정관의 요구로 지역 상황을 알려준 것이라고 청와대와 다른 답변을 하면서 의혹을 키웠다.

송 부시장이 지난 5일 제보 내용과 관련해 “측근비리 사건의 수사상황이 언론을 통해 울산시내 대부분에 다 알려져 있는 상태였으며, 일반화된 내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의문 투성이다. 또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제보 시기가 송 부시장이 송철호 시장 후보 캠프에 합류한 시점과 비슷하다보니 쉽게 믿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또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 공천발표일인 지난해 3월 시장 비서실장 압수수색을 진행한 결정적 이유가 고위 퇴직공직자 진술(현 송병기 부시장) 등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의 선거개입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사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 등 ‘평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일명 ‘문풍’(문재인 바람)을 등에 업은 민주당 후보들이 압승했다. 송 후보 역시 김 후보를 10%p 이상 차이로 따돌리며 여유롭게 승리했다. 물론 하명수사가 김 전 시장의 결정적 패인으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불법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선거 결과를 떠나 중요한 문제다. 일각에선 이번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두고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장기집권체제를 연장하기 위해 저지른 사건에 빗대 제2의 ‘3·15 부정선거’가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울산시민 뿐아니라 전 국민들이 일명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번 의혹이, 얼마남지 않은 제21대 총선에 영향을 끼쳐선 안된다. 검찰은 권력에 저항한다는 일각의 의심을 불식시키고 어떠한 정치적 입김에도 영향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이왕수 정치부 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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