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책방 ‘다독다독’

▲ 울산 중구 성안동에 위치한 책방 ‘다독다독’은 책을 매개로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경험을 제안하고, 마을 문화 공동체를 형성해가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 중구 성안동에 위치한 책방
손님들 간의 독서모임뿐 아니라
중국어·울산 근현대사 스터디
낭독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
소설 <태백산맥> 읽기 모임은
2019 문체부 울산대표 동아리에
청소와 걷기, 월 1회 플로킹 진행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이어줘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이 뜸해진 틈을 타 동네 서점이 진화한다. 서점이 책을 사고파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독자들의 취향을 서로 연결하고, 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드는 사회적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책을 매개로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경험을 제안하고, 마을 문화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동네서점이 있어 소개한다. 울산 중구 성안동에 위치한 책방 다독다독이다.

◇연중 끊이지 않는 문화프로그램

책방 다독다독에서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연중 끊이지 않아 중구를 비롯한 울산전역에 단골 고객을 두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이고, 자녀를 데리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서점이 공동 육아의 장이 되기도 한다.

신보경 다독다독 대표는 “책방을 열고 장소를 제공하고 있지만, 많은 운영위원(단골손님)들이 소모임 운영과 책 선정까지 다양한 도움을 준다. 자녀들과 함께 이 공간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공동체를 경험하게 하는 것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곳에서는 독서모임뿐만 아니라 중국어·울산근현대사 스터디, 낭독모임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 읽기 모임의 경우 2019년 문체부 울산대표 독서동아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태백산맥을 함께 읽으면서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모임이다. 최근에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전남 보성 벌교읍으로 독서기행도 다녀왔다.

◇지역을 배우고 사랑하는 모임 다채

매주 화요일마다 다독다독에서 마련되는 울산근현대사를 공부하는 모임도 눈길을 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이다. 보성학교 설립자인 성세빈 선생 묘소를 탐방하기도 하고, 최현배, 박상진 등 울산이 낳은 인물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기도 한다. 또 보도연맹 사건과 같은 지역이 잊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한다.

신 대표는 “늘 지나던 일상속 공간에 깃든 역사 사건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이다. 우리가 사는 이곳의 역사를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고, 공부하면서 느끼는 재미도 크다”고 했다.

또 그는 “울산은 직장, 결혼 등을 이유로 다른 지역에서 옮겨 온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 도시다. 오래 살아도 정이 잘 붙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지역에 대해 공부하면서 울산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어 스터디의 경우 중국어를 전공했지만, 아이를 키우며 경력이 단절됐던 주부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동안 작업이 뜸했던 민화작가가 이곳에서 작품전시회를 열고 다시 작업을 시작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플로킹도 월 1회 실시한다. 지역 청소를 하면서, 걷기 운동도 하고, 일상에서 마주하지 못한 지역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렇다면 이곳에는 어떤 책들을 가져다 놓았을까. 누구나 좋아할만한 책과 아무도 살 것 같지 않지만, 신 대표 본인이 좋아하는 책들도 한켠에 뒀다. <인간의 조건> <김화영의 번역수첩> 같은 책들이다.

그는 “베스트셀러는 꼭 이 서점이 아니더라도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다. 인터넷에 책 제목만 검색해도 찾을 수 있고, 다음날 집앞까지 배송해준다. 동네서점이 대형서점과 차별화되는 점은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방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이 캠페인은 울산광역시, 울산시교육청, 롯데케미칼, 한국동서발전, 한화케미칼이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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