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유준 울산 동구의회 의원

울산 동구는 대왕암공원, 일산해수욕장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관광인프라는 부족했다. 1973년 현대중공업이 들어서면서 일대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거대한 철구조물에 가려버렸지만 조선업이 충분히 동구를 먹여 살렸던 터라 인프라 구축에 대한 요구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께 조선업 불황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관광산업을 택했다. 구청장이 바뀌었음에도 몇 년째 조선업의 위기를 관광산업으로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선업 위기가 시작된 2015년 동구의 관광활성화를 위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울산시에서 대왕암에 어린이 테마파크인 ‘대왕별 아이누리’를 건립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업은 총 114억9500만원의 예산이 투입돼 2018년 4월 준공됐다.

대왕별 아이누리 건립 소식이 알려지자 동구 주민들의 기대가 부풀었다. 주변 지형과 자연물을 소재한 창의적 놀이터, 첨단기술 체험하는 AR(가상현실)·VR(증강현실) 등의 놀이시설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가족단위 관광객이 몰려 올 것이라 생각했다. 천혜의 자연환경만을 무기로 관광객 유치전을 벌여왔던 대왕암공원의 새로운 무기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1년이 넘는 기간동안 대왕별 아이누리 운영결과는 기대를 무너뜨리고 우려만 낳게 하고 있다. 2018년 7월 개관 이후 5개월여간 이용인원은 총 9만2991명이었다. 이중 무료개장기간인 7월26일부터 8월31일까지 이용객 수가 6만5173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해는 11월까지 운영했음에도 8만1078명에 그쳤다. 입소문을 타고 방문객이 늘어나도 모자랄 판에 1년만에 가파른 감소세로 돌아섰다. 좁은 실내공간, 시설종류 부족, 빈약한 프로그램 등이 원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왕별 아이누리는 단순히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광사업이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준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너도 나도 관광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하는 만큼, 사업 초기부터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규모의 시설로 계획됐어야 한다. 경쟁력을 가지지 못한 시설을 추가 예산을 투입해 보강을 한다고 해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동구주민들은 대왕별 아이누리 사례를 보며 또다른 걱정을 하고 있다. 바로 울산시와 민간업체인 대명건설 컨소시엄이 함께 추진 중인 대왕암 해상케이블카 설치사업이다. 총 538억원을 투자해 대왕암공원에서 고늘지구를 연결하는 1.26㎞ 길이, 캐빈 10인승 27대의 해상케이블카와 0.94㎞ 길이의 집라인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케이블카 사업이 관광 도시라는 장밋빛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현재 전국에서 20여 개의 케이블카가 운영 중인데 적자운행을 하는 곳들이 많다. 여기에 추가로 케이블카를 추진 중인 곳만 전국에 30여 곳으로 알려졌다. 희소성이 사라져 단순히 케이블카만 있다고 해서 관광 활성화가 이뤄지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지난 9월 전남 목포시에 목포케이블카가 개통됐다. 유달산과 목포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총길이 3.23km의 국내 최장 규모다. 목포 앞바다에 펼쳐진 다도해 비경과 유달산의 기암괴석이 한눈에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긴 코스와 육지와 해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기존의 케이블카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 동구에서 추진 중인 해상케이블카는 기존 케이블카들을 뛰어넘는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 동구주민들은 슬도에서 대왕암을 중간기착지로 해 고늘지구까지 연결하는 더 긴 노선의 케이블카 설치를 요구했지만 울산시는 거부했다. 노선이 2㎞가 넘으면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까지 거쳐야 하는 등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선업의 메카’인 울산 동구가 관광 도시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가지는데 해상케이블카 사업은 커다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의 이유가 ‘우리 지역에 없기 때문에’가 아닌 ‘우리 지역에만 있는 것을 만들자’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계획이라면 무료 개방 때만 반짝특수를 누렸던 대왕별 아이누리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울산시가 이 같은 동구민들의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차별성이 있고, 경쟁력 있는 해상케이블카를 조성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주길 기대한다.

홍유준 울산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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