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들이 ‘울산 소멸’을 우려하고 있다.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가 울산(78.4%)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60.6%보다 7.8%포인트나 높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역경제현황 및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6대광역시(세종시 포함)와 8개 도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남녀 1308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월29일~12월1일까지 조사(95%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2.7%)했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1000억달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산업도시였을 뿐 아니라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수십년동안 ‘산업수도’를 자처했던 울산이 도시소멸을 우려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경제와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 집중화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울산시민들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하게 지방소멸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은 참으로 의외다. 도농통합형인 울산시는 일부 농어촌의 경우 인구의 급감으로 마을 소멸의 우려가 없진 않지만 아직 도시 전체가 소멸을 우려할 정도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80% 가까운 응답자가 울산이 소멸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현재 지역경제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얼마나 크게 느끼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의 이같은 위기감은 곧 실질적인 위기를 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시민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성취욕을 북돋울 수 있는 특단의 방안이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소멸시기를 묻는 질문에 ‘10년내’라는 답을 내놓은 울산시민들은 전국에서 가장 적은 23.4%로 나타났다. 현재 경기침체가 워낙 힘들어서 이대로 가다간 언젠가는 디트로이트나 말뫼처럼 폐허가 되지는 않을까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짧은 기간 내에 소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등의 기회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울산의 올해 경기는 지난해 비해 62.8% 수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에 있어서도 울산은 전년비 61.6% 수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감소폭이 컸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이 성장정체를 겪으면서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대폭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기존 산업의 첨단화와 산업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성장 없이는 시민들의 우려대로 소멸의 길로 갈지도 모른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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