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끝)부산 수영구 ‘F1963’

▲ 와이어로프를 생산하던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아트팩토리‘F1963’ 전경.

와이어로프 생산 고려제강 수영 공장
3년전 복합문화공간 F1963으로 재탄생
국내 아트팩토리의 성공적 사례 평가
예술전문 도서관·중고서점·레스토랑
카페·갤러리·공연장·허브화원 등 입점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 취향·기호 충족

부산 수영구 망미동 ‘F1963’은 와이어공장 고려제강 생산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개관 이후 3년여가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국내 아트팩토리의 전형적 사례로 뜨거운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F’는 Factory(공장)를 의미한다. ‘1963’은 고려제강이 그 곳에 처음 공장을 지은 해다. 1963년부터 2008년까지 현수교 다리용 거대 와이어로프를 생산하는 고려제강 수영 공장이었고, 2008년 생산을 종료하고, 2014년부터 부산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쓰여 주목받았다. 그리고 2016년, 와이어공장은 국내에서 포항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마침내 옛 공장부지는 복합문화공간 F1963으로 재탄생했다.

이 곳은 대형중고서점, 커피전문 카페, 수제맥주집, 수제막걸리 레스토랑, 갤러리, 공연장, 허브화원 등으로 구성된다. 폐공장을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아트팩토리 사례는 이미 많다. 하지만 이 곳을 차별시키는 가장 큰 특징은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각각의 공간들이 F1963 속에 공존하고 있어 남녀노소 다양한 방문객의 취향과 기호를 충족시켜 준다는 것이다.

▲ F1963의 실질적 대표공간인 예술전문도서관.

현재 ‘F1963’은 2018년 설립된 (재)문화재단1963이 운영한다. 문화재단1963의 지향점은 출발부터 명확했다. 전 세대가 즐기고 배울 수 있는 문화 예술의 장을 펼치자는 것이다.

재단은 그 중에서도 예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문화의식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도서관 운영에 공을 들인다. 예술전문도서관인 1963도서관은 전체 공간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작지만 부산 수영구뿐 아니라 부산 전역에 문화 예술 분야 지식, 정보를 제공하고 문화예술 강의, 전시, 음악회 등을 개최하며 F1963의 실질적인 대표공간으로 상징된다.

▲ 국내 최대 규모 중고서점이자 대한민국 대표 서점의 첫 번째 ‘플래그십(flagship) 스토어’인 ‘Yes24’.

미술, 건축, 사진, 디자인, 음악 등 수천년 동안 동서양을 초월해 문화 예술의 사조와 흐름을 리드했던 예술가들의 작업과 그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공감을 유도한다. 와이어 공장의 옛 것과 빛과 여백을 품고 새롭게 리노베이션된 도서관 공간에서 F1963이 추구하는 공간의 미학을 알리자는 취지가 숨어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전시와 발표, 퍼포먼스가 가능한 공간도 있다. 실내 석천홀은 고려제강, 부산시, 부산문화재단이 국내 최초로 민관 협업을 통해 전시장과 공연장으로 동시에 활용가능하도록 만든 실험공간이다. 5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다.

이와 달리 ‘F1963 스퀘어’는 천장이 뚫려있는 중정 개념의 실외 공간이다. 약 3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공연과 세미나가 열리고, 정기적으로 다양한 영상물(오페라, 영화, 실황공연)이 상영되고 있다.

▲ 자체 브랜딩의 대명사 ‘테라로사’ 커피점.

그밖에 시설은 임대 및 대관의 형식으로 민간이 관리운영하는 곳이다. 대표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 중고서점이자 대한민국 대표 서점의 첫 번째 ‘플래그십(flagship) 스토어’인 ‘Yes24’가 있다. 이 곳은 언제나 책 읽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일종의 체험판매장 성격의 ‘플래그십 스토어’로써 다양한 팬시용품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홍보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젊은층의 관심을 유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바로 옆에는 울산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언양향토 수제막걸리 브랜드 ‘복순도가’ 레스토랑도 있다. 복순도가는 같은 이름의 손막걸리 제품에 대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국내산 쌀과 전통 누룩을 이용해 집안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식으로 옛 항아리 독에 발효시켜 빚어진 우리나라 고유의 발효주라고 홍보한다. 레스토랑에서는 막걸리를 시음하면서 그에 어울리는 한식과 퓨전요리까지 맛볼 수 있다. 체코 맥주를 판매하는 맥줏집 ‘Praha(프라하)993’, 자체 브랜딩의 대명사 ‘테라로사’ 커피점도 있다.

주말에는 ‘뜰과숲’ 원예점과 허브카페 ‘뜰과숲엔’을 방문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정원만들기와 도시텃밭가꾸기에 필요한 꽃과 나무, 흙과 비료, 다양한 원예용품과 플라워샵, 가드닝 수업이 있는 공간이다. 유리온실의 푸르른 정원 속에서 신선한 샌드위치와 파니니, 생과일 주스까지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국제갤러리 부산’이 그 곳에 안착했다. 해외 분점 대신 부산점을 선택한 국제갤러리는 1982년 서울(본관) 개관 이후 국내외 대표 화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동시대 유명 미술작가들의 주요 작품과 그 흐름을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데 이 곳에서는 회화와 조각, 사진과 영상 등 다채로운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현대미술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예술과 일상의 가교 역할을 하는 공간인 셈이다.

국제갤러리 부산은 올해 마지막 전시로 호주 출신 작가 다니엘 보이드 개인전 ‘항명하는 광휘’(Recalcitrant Radiance)를 연다. 오는 13일 개막해 내년 2월29일까지 이어진다. 다니엘 보이드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고, 세계 질서를 새롭게 바라보는 신작을 선보이게 된다. 회화의 상당부분은 풀(glue)로 찍은 하얀 점이다. 각 점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라 할 수 있다.

이 곳을 다녀온 사람들 중에는 ‘F1963’이 문화공간인지, 상업공간인지 헷갈린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수많은 아트팩토리가 예술에만 천착한 나머지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렇다고 너무 상업적인 공간만 확장시키다보면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화려한 쇼핑센터와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게 된다.

개관 4년차에 접어드는 F1963은 그 오묘한 접점에서 어떤 것이 이 시대의 요구에 가장 적합한 것인지를 가늠하고 조절하는 과정에 있다. 학교, 공장, 빈집 등 도시와 공간에 대한 문화재생 욕구가 날로 늘어나는 울산이 F1963의 현재와 미래를 눈여겨 지켜봐야 할 이유인 것 같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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