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이들의 비난에 휘둘리지 말고
주위의 ‘내편’들과 대범하게 넘기자
혼자 극복이 어려울 땐 전문가 도움을

▲ 정두영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 헬스케어센터장

유명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와 함께 악성댓글(악플)이 그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냈을 것이라는 분석이 방송과 기사를 통해 나옵니다. ‘그런 상황이었으면 나라도 힘들겠다.’라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됩니다. 악플을 달았던 사람(악플러)들은 방송 인터뷰에서 ‘대중 앞에 서는 사람으로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악플러들이 피해자의 입장을 분석한 방송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방송에서처럼 일부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악플을 지우기도 하고, 다른 일부는 자신의 악플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악플 문제에 대해 여러 처방들이 나옵니다. 인터넷 실명제부터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삭제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됩니다. 그런데 자신의 사회적 자아가 드러나는 SNS 계정으로도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보면 실명제로 완전히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상대를 공감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과도한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폭력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포털에 오르내리는 유명인의 경우는 아니더라도 자신에 대한 소문으로 힘들어하는 청춘들이 많습니다. 나이가 들어 경험이 쌓이면 ‘그게 뭐 대수라고’ 하며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이겨낼 수 있는 일들이 청년들에게는 아주 어려운 과제입니다. 청년들은 ‘소문이 돌았을 것 같은 느낌’만으로도 힘들어합니다. 어쩌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진화적으로 이득을 얻었던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그룹과 조화를 이루려는 힘’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겠죠. 부작용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첫째,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남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숙고한 후에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팩트체크’ 없이 ‘그랬다면 그 사람 좀 그렇네….’ 정도의 이야기를 쉽게 합니다. 나에 대한 시선은 그저 ‘그 이야기가 이 사람 얘기인가?’ 정도의 눈빛이었을 수 있습니다. 약간은 삐딱한 시선을 가졌더라도 나를 직접 대하면 오해를 쉽게 풀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부류에 해당합니다.

둘째, 일부의 ‘이상한 사람’은 어디나 있습니다. 정신과 교과서에 나오는 성격장애는 인구의 10%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0명인 그룹에서 1명 정도는 애초에 성격적으로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행동을 보입니다. 정치, 종교, 성별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더 흔합니다. 이들 중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일부에게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잘못을 한 것이 없는데 왜 비난을 받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면 우리는 더 힘들어집니다. 안타깝게도 운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인간 세상이 원래 그렇습니다.

셋째, 맥락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나를 지지한다면 그들과 연대하세요. 누군가 억울하게 나를 비난하고, 그것을 깊은 생각 없이 퍼뜨리는 세상에 환멸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까이서 나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여럿 있다면, 이들을 받아들이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하세요. 중요한 것은 멀리서 나를 비난하는 이름 모르는 누군가가 아닙니다.

세 가지로 길게 풀어쓴 내용을 줄이면 ‘원래 사람들이란 좀 그렇지 뭐. 내 편을 들어줄 사람과 억울함을 풀고 일상으로 돌아가자’라는 간단한 방책입니다. 이것을 할 수 있는 경험이 쌓인 어른이라도 자신에 대한 비난이 지나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면 견디기 힘들어집니다. 직장에서 파벌 다툼이나 희생양 만들기에 걸려들었다고 생각해보면 상상이 됩니다.

어떤 비난이든 나를 너무나 힘들게 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의 아픔이라면 상담과 진료가, 경제적 사회적 피해라면 법률적 조언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나를 위해 최선을 다 했다는 사실도 마음의 짐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지난한 과정을 겪더라도 불운이 나를 삼키지 않도록 세상을 헤쳐 나가는 체력이 생길 겁니다. 정두영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 헬스케어센터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