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의 국가예산 3조원시대’는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가 울산(78.4%)’이라는 불안감을 털어내기에 충분했다. 경제가 살아나면 ‘도시 소멸’이라는 어두운 전망은 절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다만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SOC사업이나 R&D사업들에 있어서 지역기업들의 소외는 없는지 철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울산이 전국 어느 도시보다 지역기업에 대한 배려가 낮은 도시’라는 지역경제인들의 불만이 깨끗이 사라질 때 비로소 지역경기가 되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건설경기가 살아야 서민경제가 회복되고, 강소기업들이 많아져야 울산의 미래가 보장된다.
문제는 정치적 불안이다. 이날 송시장의 기자회견에서는 때가 때인지라 예산과 상관없이 자유한국당이 송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데 대한 입장은 어떠한지, 검찰 소환조사에 응할 것인지, 청와대 행정관과 공약을 논의했는지 등 그동안 불거진 정치적 의혹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송시장은 “눈이 펑펑 내릴 때는 그것을 쓸어봐야 소용이 없다”면서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하고는 급히 자리를 떴다. 결국 구체적 답변을 피함으로써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주지 못한 것이다.
이날 기자들의 질문은 새삼스런 의혹제기도 아니다. 이미 드러난 상황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으로 송시장은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당연한 의무가 있다. 평평 내리는 눈을 수시로 쓸지 않고 가만 내버려 두면 나중에는 비질로는 감당이 안된다. 중장비를 동원해야만 눈을 치울 수가 있다. 송시장의 말대로 “시민들에게 속 시원히 말씀드릴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실기(失機)해서 민심을 잃어버린 경험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사상 최초의 국가예산 3조원 시대’라고 해도 지역주민들의 공감대와 호응 없이는 추진력이 생길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