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太和江百里 - 23. 대곡천과 구하도(舊河道)(상)

▲ 대곡천 구하도

대곡천은 전형적 감입곡류하천으로
대곡댐 상류부터 천전리각석~반구대
암각화 등을 거쳐 사연댐으로 흘러
반구대같은 멋진 풍경 곳곳에 만들고
퇴적물 쌓인 곳은 취락이 형성되기도
뱀모양 같아 ‘감입사행’으로도 불려

◇감입곡류(嵌入曲流)

평야로 흐르던 물길이 재그재그로 요동치면서 방향을 잡아가면 자연스럽게 하천이 깊어진다. 이처럼 평야지대를 자유자재로 흐르는 하천을 자유곡류(自由曲流)라고 한다.

이 자유곡류가 흐르는 지반이 융기하거나 침식기준면(지형의 평탄화작용이 진행될 때 침식작용이 행해지는 하한)이 하강하면 하천의 밑바닥이 계속 침식돼(하방침식下方浸蝕) 마침내 골짜기를 만들게 된다. 골짜기 속으로 흐르는 하천은 딱딱한 바위에 부딪히기도 하고 때로는 돌아나와 바위가 없는 길로 우회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골짜기는 더욱 깊이 파이게 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형성되는 것이 바로 감입곡류하천(嵌入曲流河川)이다.

‘감입(嵌入)’이란 장식 따위를 박아 넣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상감청자(象嵌靑瓷)는 청자에 어떤 무늬(象)를 박아 넣는 것(嵌)이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수억년 전 자유곡류하천이 흘렀던 넓은 평지가 계속된 침식을 받아 점차 깎이면 마치 청자에 무늬가 주입된 것처럼 하천의 선형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이를 감입곡류라고 말한다. 학자들은 감입곡류하천을 ‘골짜기를 파며 굽어 흐르는 하천’이라고 정의한다.
 

▲ 월류봉과 구하도

◇대곡천과 감입곡류하천

대곡천은 전형적인 감입곡류하천이다. 대곡천은 대곡댐 상류부터 천전리 각석, 반구대, 반구대 암각화 등을 거쳐 사연댐으로 흘러든다. 이 과정에서 대곡천은 하방침식을 계속하면서 반구대 같은 멋진 풍경을 곳곳에 만들어 내고 있다. 하천이 깊을수록, 산이 높을수록 골짜기는 절경을 이룬다. 골짜기 사이로 구불구불하게 진행하는 모양이 뱀같다고 해서 ‘감입사행(嵌入蛇行)’이라고도 표현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공달용 박사는 “대곡천 곡류하천지형은 울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하천지형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대곡리 곡류하천지형에는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하천 지형, 예를 들어 구하도(舊河道), 우각호(牛角湖), 곡류사주(曲流砂洲)가 함께 발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곡천의 감입사행은 마치 빠른 물살처럼 하류로 나아간다. 그러다가 암벽에 막히면 물길을 과감히 돌려 새로운 행로를 찾아 나간다. 그러다 보니 하천의 양쪽에는 곳곳에 퇴적물이 쌓이고 그 위에 다시 취락이 형성되기도 한다.

▲ 영월 방절리 구하도.

◇대곡천과 구하도(舊河道)

구하도는 과거에는 하천이었으나 현재는 물이 흐르지 않고 하천의 흔적만 남아 있는 지형을 말한다. 이 구하도는 오랜 시간 자유곡류하천의 선형을 유지해 오다가 어느 순간 물길이 막히면서 퇴적물이 쌓인 곳이다. 구하도에서는 예전에 물이 흘렀음을 보여주는 둥글둥글한 조약돌이나 자갈을 발견할 수 있고, 강바닥에는 하천 퇴적물이 남아 있다.

반구대 앞으로 흐르는 대곡천은 원래 남쪽으로 직진했던 하천이 아니었다. 이 하천은 반구서원 뒷산과 동매산 사이로 난 협곡으로 흘렀다. 대곡천은 지금의 반구서원 삼거리를 지나 왼쪽으로 동매산을 중심으로 반구마을을 크게 한바퀴 돌고 난 뒤 현재의 ‘사진 속으로’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음식점 쪽으로 돌아 나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거북의 목이 잘리듯이 거센 물길이 암벽을 치고 직진해 하류의 반구대암각화 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는 사이 반구마을 일대의 대곡천은 자갈과 흙, 각종 퇴적물이 쌓이면서 비옥한 농토로 바뀌었다. 가을에 주위 산꼭대기에서 바라보면 누렇게 익은 벼가 일렁이고 있는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곳에 농사가 잘 되는 것은 아직도 물이 많고 오랜 동안 누적된 퇴적물이 많기 때문이다.

동매산은 원래 반구대와 함께 하나의 줄기로 형성돼 있었으나 대곡천 물길이 하류쪽으로 새로운 루트를 열면서 끊어져 버렸다. 이처럼 하나의 줄기로 이어져 있던 능선이 끊기는 것을 ‘곡류절단’이라고 하고, 마지막에 끊겨진 머리부분을 ‘핵’(meander core:동매산 일원)이라고 한다.

반구마을 구하도는 주변의 낮은 산지로 둘러싸인 약 1.8㎞ 둘레의 도넛형 평탄지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는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원인으로 형성된 구하도가 약 400개 이상 알려져 있다. 이 중 ‘곡류 목(neck) 절단’에 의해 생성된 구하도가 266개로 가장 많다.

대곡천 구하도 외에도 가장 잘 알려진 구하도 중의 하나가 청령포 앞 방절리다. 청령포 일대의 지형은 반구대와 흡사하며 이 지역은 감입곡류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예로 드는 곳이다. 교과서에도 자주 소개된다. 이 밖에 충북 영동 월류봉 일대의 구하도도 유명하다. 이 곳 역시 반구대와 비슷한 지형을 갖추고 있다. 이재명 논설위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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