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이 상북면 등억리 KCC 옛 채광장 부지 일원에 호랑이생태원을 설립하기 위해 이 일대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CC채광장 부지는 등억마을 맨 안쪽에 위치해 있는 골짜기로, 주민들에게는 ‘저승골’로 불린다. 울주군이 건립하려는 호랑이생태원은 두가지 주제로 조성된다. 첫번째는 가상의 숲을 조성한 ‘상상의 숲 테마파크’이고 또 하나는 호랑이를 직접 기르면서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호랑이 사육장’이다. 둘 다 관광수입을 올리기 위한 목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주민들은 정작 호랑이생태원이 언제 어디에 생기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울주군이 수백 가구가 살고 있는 등억마을 한켠에 호랑이생태원을 건립하기 위해 부지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니 기가 찰 일이다. 여기에 더욱 놀랄 일은 울주군이 호랑이생태원 용역을 마치고도 그 내용을 시민들에게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주민들에 대한 공청회는 아예 계획도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울주군은 등억마을 내에 호랑이 사육장 및 상상의 숲 테마파크 건립을 위한 부지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중요한 사업이라도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공청회도 안 한 상태에서 땅부터 사들였다가 주민들이 호랑이생태원에 대해 극구 반대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호랑이생태원 예정지는 주민들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또 KCC채광장 아래쪽은 여름마다 수많은 피서객들이 들어오는 곳이기도 하다. 만일 호랑이가 탈출이라도 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 또 호랑이를 우리에 가둬놓고 구경거리로 삼았을 경우 환경단체들은 어떤 비난을 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지난해부터 호랑이생태원을 수차 거론해 왔다. 처음에는 영남알프스 웰컴센터와 홍류폭포 사이에 사업을 하려다 여의치 않자 장소를 KCC채광장 부지로 변경했다. 그러던 중 환경단체가 계속 반대하자 잠잠해졌다가 이번에 KCC부지 매입으로 다시 불거졌다. 그 사이 호랑이생태원 용역사업은 완료됐다.

자치단체장은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 특히 지역경제를 위한 관광사업은 전국 자치단체가 공통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주민들을 도외시하고 독불장군식으로 사업을 밀어부치다가는 큰 낭패에 봉착할 수 있다. 일단 호랑이생태원 용역이 끝났다고 하니 우선 그 내용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이 용역의 내용에 무리가 있다면 미련없이 포기해야 한다. 땅부터 먼저 사고 용역 내용은 나중에 알려주는 것은 주민들에 대한 기만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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