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선씨(寶城宣氏). 주변에서 잘 찾아보기 힘든 성인 선씨가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금곡리 금곡마을 전체 40가구 중 14가구에 이른다. 선씨들이 살고 있는 집 주소도 20 21 22번지, 53 54 55번지로 한동네 옹기종기 붙어 세를 이뤄 살아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울산~부산 방면 국도를 타고가다가 울산예술고등학교가 보이는 대복 삼거리에서 미터기를 "0"으로 누른 뒤 오른쪽(통도사 방)으로 꺾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다가 10.9㎞가 되는 시점에서 멈추면 바로 금곡마을이 나온다.

 삼동초등학교와 삼동면사무소, 치매전문요양원인 울산노인의 집, 금곡농장이 차례로 보이고 금곡교를 지나기 직전 금곡산장, 은어골, 전인계발원이라는 세로간판이 보이면 왼쪽으로 90도 꺾어서 들어가면 된다.

 마을에 들어가기 직전에 있는 서너평 남짓한 컨테이너 박스는 손두부 판매소로 유명하다. 2002년 11월에는 "6시 내고향"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생활개선 손두부"라고 적힌 컨테이너 박스는 하금곡마을에 살고 있는 옹티댁(선종윤씨)과 문봉댁(선종대씨), 고성댁(선종찬씨)이 직접 만든 손두부와 찹쌀동동주를 판다.

 하금곡, 중금곡, 상금곡으로 나눠져 있는 금곡리는 일명 쇠골로 새각단에서 유래했다. 새각단은 쇠각단의 전음. 약 1세기 전후 철기시대에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금곡리는 무기나 농기구를 제작하고 이를 운반하는 사람이 많이 드나들었기 때문에 새각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상금곡 마을에서 400m 올라가면 신기리 새각단으로 불리는 옛 집터가 있다. 이곳이 가장 최초로 형성된 금곡마을로 전해진다.

 현재 하금곡 마을에는 보성선씨가 10가구 살고 있다. 약 145년 전 통수(현재 통장)로 처음 금곡마을을 찾은 철원(1837~1891)의 고손인 선종렬(77)씨를 비롯해, 종찬, 종윤, 종만, 종대, 종홍, 찬원, 대성씨가 살고 있다. 부산 수성구에서 3선 구의원을 지낸 종한씨, 김해 대저중고등학교 이사장인 장원씨는 한달에 3~4번 금곡 집을 찾는다. 중금곡 마을에는 문주, 동종, 종수, 종렬씨가 살고 있다. 상금곡 마을에는 7가구가 살고 있지만 선씨는 없다.

 문중 종손인 종렬씨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철원 할아버지가 지은 집인데 100여년 된 집입니다. 중간에 불이나서 새로 짓기는 했지만 그래도 100년이나 됐습니다"고 전했다. 수년 전에 마루에 섀시를 설치하는 등 개조를 했다. 하지만 마당에서 높이 쌓아올린 축대와 툇마루 사이가 비어있는 등 옛날 전통 한옥 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20여년간 군에서 복무하다 50사단 379대대장으로 퇴임했다는 종목(72)씨는 "이 집에서 어느 방향을 가리키더라도 다 선가 집이었습니다. 지금도 이 집과 붙어있는 집은 모조리 선갑니다. 옛날에는 담장도 필요없이 집 사이로 난 사잇길로 마실을 다니곤 했어요"라고 회상했다.

 금곡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집은 선용규(88)옹네 집이다. 4대가 한 동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선용규 옹은 아내 김선주(83) 할머니, 아들 종대(63)씨와 며느리 성영자(58)씨와 함께 살고 있다. 손자 태원(38)씨는 금곡농장에서 아내와 초등학교 6학년인 쌍둥이 딸 홍이, 영아와 함께 산다.

 김선주 할머니는 "자식이 일곱인데다 손자들과 증손자까지 있으니 얼굴을 안보고 이름만 얘기하다가는 누가 누구인지 잘 몰라요. 그래도 환갑이 다가오는 며느리 이름은 안 잊어버린다"며 허허 웃어보였다.

 이 마을에서 또 눈에 띄는 것은 도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위성방송 안테나다. 마을 입구에 있는 "금곡체험 학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찬원(45)씨는 "벌써 3~4년 전에 달았어요. 동네 반수 이상은 달았을 걸요? 이 동네는 난시청 지역이라서 이것이 없으면 방송이 아예 안나와요. 한달에 9천원 가까이 나갑니다"고 전했다.

 마을 입구에 금곡마을 회관 옆에는 종렬씨의 아버지인 선명규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선명규는 한학에 능통해 여성은 큰방에서, 남성은 행랑방에서 천자문과 사서오경 등을 가르쳤는데 훗날 동문수학한 제자들이 지난 94년 기념비를 세운 것이다.

 약 300년 전 김해에 살던 성징이 둔기리로 와 그 후손들이 금곡 일대에 130세대, 500여명의 자손을 번창시켰다. 금곡마을에 터를 잡은 철원의 후손은 모두 57세대다. 울산시 농축산과에 근무하고 있는 선광원씨와 경찰공무원 선종학씨, 문학박사 선효원씨가 금곡마을에서 자랐다. 선종석씨와 선종헌, 선우원씨가 부산에서 교직·행정 공무원을 지내고 있다. 선종출씨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에 몸담고 있다. 고 선인주, 선병윤이 삼동면장을 지냈고, 고 고병희씨는 언양면장을 지냈다. 박은정기자 musou@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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