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증가·부기·피로감 등이 주요 증상…방치하면 심장병 등으로 악화
임신 계획 땐 갑상선기능 미리 살펴야…임신 중에도 약물 복용은 안전

특별히 아픈 데가 없던 주부 A(46)씨는 이번 겨울 들어 추위가 유독 심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손과 발이 붓고, 식사량이 늘지 않았는데도 몸무게는 3㎏ 가까이 증가했다. 고민 끝에 병원을 찾은 그녀는 혈액검사에서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진단받았다. 현재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 중이다.

A씨처럼 겨울에 비정상적일 정도로 추위를 많이 타고, 갑작스럽게 체중이 불어난다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 수는 2014년 41만2천859명, 2016년 47만1천671명, 2018년 52만1천102명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 특히 이 질환은 여성에게 발병이 잦은 편이다. 2018년 기준으로 여성 환자(43만8천854명)가 남성 환자(8만2천248명)의 5.3배에 달했다.

◇ 춥고 체중 늘면서 손발 붓는 게 주요 증상…피로감·변비 동반도

갑상선의 기능은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일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호르몬으로 신생아나 소아의 성장 및 두뇌 발달에 필수적인 기능을 하며, 몸의 대사 속도를 조절한다.

이런 갑상선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갑상선기능항진증, 하시모토 갑상선염 등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갑상선기능저하증은 갑상선호르몬이 적게 분비되거나 갑상선 제거수술 등으로 호르몬 생성이 불가능해져 우리 몸의 대사작용에 문제가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에너지를 만들고 소비하는 속도가 느려지면서 우리 몸의 열이 떨어지고 추위를 많이 타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는 갑상선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열과 땀이 많아지고, 더위를 많이 타는 갑상선기능항진증과 대비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또 만성 피로감과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 등 증상을 동반한다. 온몸의 대사 속도가 떨어져 몸이 쉽게 피곤해지고 의욕이 없어지며 말도 느려진다. 소화가 잘 안 되고, 잘 먹지 못하는데도 몸은 붓고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 

피부는 거칠고 차가워지며, 손발 끝이 저리며 쥐가 잘나고 근육통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 심장근육의 수축력도 떨어지게 돼 오랜 기간 방치하면 심장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상계백병원 내분비·당뇨병센터 김정민 교수는 “특별한 질환이 없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증상을 보인다면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갑상선호르몬제 복용 2∼3개월이면 효과…임의 치료 중단 안 돼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는 부족한 만큼의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갑상선 호르몬제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갑상선 호르몬을 약으로 만든 것이므로, 갑상선 호르몬제 복용에 따른 부작용은 거의 없다. 통상 치료를 시작한 지 2∼3개월이 지나면 증상이 좋아진다. 

하지만, 갑상선을 수술로 제거했거나 방사성 요오드치료 등으로 갑상선이 파괴됐다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영구적인 만큼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증상이 없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거나 치료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환자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치료를 중단하면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심장질환이나 의식불명 등 합병증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정민 교수는 “증상이 없고, 혈액검사에서만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먹지 않고 요오드 제한만 하면서 경과 관찰을 하기도 하므로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한 후 치료 여부 및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가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갑상선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된 후에 임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권고도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상태에서 임신하면 아이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그 이유로 꼽힌다.

다만, 임신 중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를 위한 갑상선호르몬제 복용은 매우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실제로 미국갑상선학회는 2017년 경미한 정도의 갑상선기능 이상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임신 초기 갑상선질환이 없는 산모의 갑상선자극호르몬치(TSH)를 기존 2.5 ㎕IU/㎖ 이하에서 4.0 ㎕IU/㎖ 이하로 유지해도 좋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고경수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미 생긴 갑상선 질환이라면 임신이나 수유 중이더라도 필요한 약물을 선택해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특히 임신을 계획 중인 갑상선 질환 환자는 반드시 갑상선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고 있다고 해서 요오드를 추가 섭취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산물과 젓갈, 김치 등을 통해 하루에 필요한 요오드 섭취량의 약 20배 정도를 섭취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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