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봐온 인공지능(AI)과는 차원이 다른 게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넘지 못할 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세돌 9단은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3연패 후 1승을 거둔 다음 사석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당시 세상을 놀라게 한 이른바 ‘알파고 쇼크’ 이후 3년이 훌쩍 지났고, 이세돌은 은퇴 대국에서 AI와 다시 맞붙는다. 이번엔 국산 바둑 프로그램 ‘한돌’이가 그의 상대다.

15일 NHN에 따르면 18일부터 3연전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국에는 한돌 버전 3.0이 나선다.

기력(棋力)을 측정할 때 쓰이는 ‘Elo 레이팅’ 기준으로 한돌 3.0은 4500을 넘는 것으로 NHN은 추산했다. 알파고는 3700 정도, 인간 9단은 평균 3500 정도로 평가된다.

NHN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말하긴 어렵지만, 보통 ‘알파고 제로’와 ‘알파제로’ 사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돌 3.0은 다음 수를 분석할 때 여러 예측 모델을 동시에 사용하는 ‘앙상블 추론’을 도입해 기력을 크게 끌어 올렸다. 사람으로 치면 한 명이 아니라 여럿과 동시에 상의해 가장 좋은 수를 찾는 방식이다.

NHN 관계자는 “자가 대국을 하고 생성한 기보로 학습을 반복하는 버전이 2.0이라고 하면, 3.0은 자가 대국을 더 많이 하면서 동시에 ‘앙상블 추론’과 통계를 사용한 시뮬레이션으로 성능 개선의 영역을 확대한 버전”이라고 말했다.

한돌은 2.1 버전 시절이던 올해 1월 신민준 9단·이동훈 9단·김지석 9단·박정환 9단·신진서 9단과 호선(맞바둑)을 펼쳐 5연전을 모두 이겼다. 2.1 버전의 Elo 레이팅은 4200수준이다.

Elo 레이팅이 상대보다 150 정도 높으면 승률이 60~70% 정도 되고, 400 이상 높으면 사실상 꺾기 어려운 수준으로 분석된다.

3년 전 이세돌은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후 AI가 비약적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인간이 맞상대로는 도저히 이기기 어려운 수준이 된 것이다.

당시 이세돌이 알파고를 상대로 거둔 1승이 인간이 기계에 거둔 역사상 마지막 승리일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이번 대국은 이세돌이 흑을 잡아 두 점을 깔고 시작하는 ‘치수고치기’ 방식으로 치러진다. 첫 대결에서 이세돌이 이기면 2국은 호선으로 치르고, 한돌이 이기면 이세돌이 석 점을 까는 방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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