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의 보존방안이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여전히 오락가락이다. 암각화가 발견된지 50년에 이르렀고, 보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한지도 벌써 20여년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보존방안 하나 마련하지 못했고 세계문화유산 등재 절차는 10년째 잠정목록에서 제자리걸음이다. 선거 때만 되면 어느 후보 할 것 없이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해서 보존방안 마련과 울산식수문제 동시해결을 내세우고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공약으로 내걸지만 당선 후엔 하나같이 ‘무대책’이다. 무능한 정치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문설치를 위한 타당성 용역비 2억원의 내년예산 확보에 실패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방안이다. 그런데 기재부와 환경부가 ‘수문설치 검증에는 동의하나, 설치는 구미산단 폐수 무방류시스템 성공여부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울산시의 방침을 반영해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증이 곧 설치는 아닐진대, 검증조차 못하게 돼 버렸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 유속이 빨라져 암각화를 더 훼손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는 만큼 수문설치에 대한 타당성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락가락하는 정부정책에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마련이 또한번 뒷걸음질을 하게 됐다.

반면 울산시는 13일 문화재청에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우선등재 목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보존문제에 가로막혀 유산등재 신청을 미루고 있었던 울산시가 보존대책 마련과 별개로 세계유산등재 작업을 서두르기로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우리가 본보기로 삼고 있는 포르투갈 코아계곡 암각화도 마리오 소아레스 대통령의 결단과 유네스코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댐포기-암각화 보존-유산등재-주민들의 생계대책 마련이 함께 진행됐다. 댐건설과 암각화 보전 사이에서 ‘코아전쟁’이라 불릴 만큼 치열한 대립과 갈등이 있었던 코아계곡을 방문한 소아레스 대통령은 ‘암각화는 헤엄칠 수 없어요’라는 슬로건이 새겨진 배지를 착용하고 댐건설 중단을 결정했다. 그리곤 3년만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으며 코아 계곡 일대는 포도밭으로 바뀌었다. 이어 코아재단과 코아국립박물관, 코아고고학공원이 잇달아 만들어졌다. 계곡 일대의 주민들은 포도농사와 관광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 코아암각화를 살리기 위한 포르투갈 정부와 주변 국가들의 역할을 우리 정부와 주변 도시들이 제대로 본받을 때 비로소 우리의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을 길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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