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주도적 추진해온

사연댐 영구수위조절 계획

용역비 내년 예산에 미반영

울산 식수문제 선결 외면

기재부·환경부 설득 실패

암각화 보존 차선책 시급

▲ 자료사진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문화재청이 주도해 추진한 ‘사연댐 영구수위조절’ 계획이 내년도 예산확보에 실패해 추진동력을 잃게 됐다. 문화재청이 무리하게 영구수위조절을 확정지으려다 예산권을 가진 기획재정부와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공감대를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20년 동안의 논쟁을 이어온 반구대암각화 보존책이 또다시 겉도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문화재청이 영구수위조절만 고집할 게 아니라 차선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수문설치 용역예산 실패

15일 울산시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내년도 ‘사연댐 수문설치 타당성 용역비’ 2억원 확보에 실패했다. 시민의 식수권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암각화 보존 방안이라는 점에서 울산시에 의미하는 바가 큰 사안이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사연댐 영구수위조절’을 끊임없이 울산시에 요구해 왔다. 영구수위조절은 사연댐 댐체(여수로) 일부를 인위적으로 잘라내, 그 자리에 수문을 설치하고 댐수위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방법이다. 홍수나 폭우 등 긴급상황에 신속하게 댐물을 방류해 암각화가 물속에 잠기는 것을 막는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울산의 주 식수원인 사연댐기능이 크게 줄어드는 문제 탓에 울산시는 대체수원 확보가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사연댐 수문 설치를 서둘렀던 문화재청은 반구대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무기를 내세워 울산시를 압박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울산시의 숙원이다. 정부가 울산시의 대체수원 확보를 위해 추진한 ‘구미 산업폐기물에 대한 무방류시스템 도입 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터라 울산시는 더욱 고민에 빠졌다.

무방류시스템은 구미산단에서 나오는 폐수의 낙동강 유입을 원천차단해, 대구시가 낙동강 수원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대구 취수원 중 하나인 운문댐의 물을 울산에 나눠주는 구조다. 이럴 경우 울산은 사연댐의 수위를 낮출 수 있게 되고, 암각화가 사연댐에 잠겨 훼손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울산시는 일단 댐 수문설치가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지부터 따져보자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문화재청이 승낙했고, 양측은 지난 9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MOU의 핵심은 울산시가 타당성 용역에 동의하는 대신 문화재청이 세계유산 등재를 전폭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재청 차선책도 고민해야

이를 위해 문화재청은 내년도에 2억원의 용역비 확보가 시급했다. 국가예산안이 이미 기재부에서 국회로 넘어간 터라 국회심의 단계에서 증액이 필요했다. 증액을 하려면 사연댐의 책임부처인 환경부와 예산권을 쥔 기재부의 설득이 선결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의 확고한 수문설치 의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문화재청은 환경부와 기재부에 “사연댐 수문설치가 시급하다”며 국회 증액에 나서 줄것을 건의했다. 그러나 환경부와 기재부는 “수문설치는 울산시의 확실한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울산시에 “중앙부처가 수문설치에 대한 울산시의 동의 여부를 요구한다”고 공식 요청했다. 울산시는 “수문설치 검증은 동의하나, 설치는 구미산단 폐수 무방류시스템 성공여부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문화재청에 답했다. 대체수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수문설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기재부와 환경부는 무방류시스템 용역이 진행되고 있는 점, 울산시의 동의를 받지 못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국회 증액에 미온적으로 대응했고, 2020년 국가예산에서 빠졌다. 무방류시스템 용역결과는 연간 150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 부담주체를 두고 해법이 쉽지 않아 중간용역결과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부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또다시 반구대암각화 보존책이 지연될 우려가 높은 가운데 시와 문화재청이 암각화 보존을 위한 차선책 모색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창환기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