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곤 울산향토사도서관장

순천만 국가정원에 이어 대한민국 국가정원 2호로 태화강 국가정원의 지정 선포식 행사가 지난 10월18일부터 3일동안 열려 울산시민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외지 관광객 30여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울산 시민으로서 큰 박수를 보내며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태화강 국가정원 구역에 속하는 중구 태화동의 강변도로와 태화강 본류 사이에 안내 지도의 기록에 따르면 이른바 ‘실개천’이 흐르고 있는데, 이는 옛 이씨열녀각(李氏烈女閣) 앞으로 흘렀다고 하여 이름이 지어진 ‘열녀강(烈女江)’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 실개천은 흐르는 방향만 옛 열녀강과 비슷할 뿐이지 시작점이 현재의 오산못에서 태화강 상류 쪽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점과 이 강과 태화강 본류와의 사이에 길게 펼쳐져 있었던 모래사장 등 제반 환경에 대한 태화동 토박이 주민들의 고증을 통해서 상당한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 강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여 ‘열녀강정원’으로 조성하면 명실상부한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둘째, 국가정원 지정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사업인 장춘오(藏春塢)의 복원이다. 장춘오는 권근(權近)의 ‘태화루기(太和樓記)’에 이름 있는 꽃과 이상한 풀, 해죽(海竹)과 산다(山茶)가 겨울에도 무성하여 이름 지은 것이라고 하였다. 이곳에 자생했던 꽃과 풀이 정확하게 어떤 식물들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천혜의 자연 정원으로 신비롭기까지 하다. 따라서 장춘오 없는 태화강 국가정원은 곰을 잡으니 웅담이 없다는 속담처럼 알맹이만 쏙 빠진 것 같아 매우 안타깝기 때문에 ‘장춘오정원’을 반드시 조성하기를 바란다.

셋째, 옛 울주8경에 대한 한시(漢詩)들을 엄선하여 빗돌에 새겨 울산의 빼어난 경치를 되새겨보는 ‘울주8경정원’을 조성하면 좋겠다. 다행하게도 현재 존재하는 태화루(太和樓)와 은월봉(隱月峯)이, 그리고 현재 사라지고 없는 평원각(平遠閣)과 장춘오 등 4경이 십리대밭교를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태화강 국가정원의 큰 자산이다. 더구나 태화루에서 바라보면 동쪽에 벽파정(碧波亭), 서쪽에 망해대(望海臺)까지 어렴풋이 바라볼 수 있어 울주6경이 이곳에서 이미 확보된 상태이다. 따라서 이 정원을 십리대밭교 인근에 조성하면 서로 접근성이 좋아 안성맞춤이다.

넷째, 비록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지만 태화강을 홍보하는 가칭 ‘태화강 100리 길’의 책자를 발간하고 태화강의 상류와 하류 지역의 빼어난 경관과 역사와 문화를 관람객들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특히 상류 쪽의 태화강 양대 발원지인 탑골샘과 쌀바위까지 관람객들의 관심을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삼국유사>에 5곳이나 사찰 기록이 있는 불교 성지인 문수산 일대도 안내하면 금상첨화인데, 다행스럽게도 국가정원과 바로 이어져 있는 무거천을 따라 걸어가 벚꽃이 만개할 때 개최되는 궁거랑축제 중이면 너무나 자연스럽다.

이와 함께 태화로타리부터 남산사까지 시야를 가리고 있는 가로수와 가드레일을 철거하여 안전이 보장되는 투명 유리로 교체해 은월봉과 장춘오를 만나 태화강물과 함께 휘돌아가는 십리대숲의 최고의 절경을 잠시지만 운전자들에게 돌려주어야겠다. 또 명칭으로 전혀 내부가 짐작이 되지 않는 태화강 동굴피아는 남산 동굴과 대현동 동굴은 물론이고, 전국에 산재한 일제강점기 동굴 유적들을 모두 아우르는 가칭 ‘일제강점기 동굴 유적 전시관’으로 새로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그 자체만으로 매우 가치있는 정원이지만, 태화강의 전체 길이에 비하면 아주 짧은 구간이다. 이 강의 모든 구간과 그 인근 지역의 다양한 분야의 자산들을 발굴하고 활용하여 국가정원의 권역을 확장하는데,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다. 김진곤 울산향토사도서관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