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과 연결된 40여편 담아
공감과 긍정의 ‘고요한 깃발’

▲ 눈 속에 달이 잠길 때

시와 동화를 썼던 엄계옥(사진) 작가가 이번엔 자전적 에세이를 처음으로 내놓았다.

<눈 속에 달이 잠길 때>(문화의힘)에는 총 4부에 걸쳐 40여편의 에세이가 담겨있다.

에세이는 흔히 쓰는 이의 경험으로 완성된다. 때로는 타인과 얽힌 추억이나 대화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하지만 혼자만의 기억이든, 여럿이 연관된 모두의 일이든 결국에는 오롯이 쓰는 이의 속마음 깊숙한 곳에서 퍼올려 진, ‘내 안의 나’를 밖으로 드러내는 일이다.

▲ 엄계옥(사진) 작가

엄 작가는 이번 에세이를 ‘탈고하고나니 인생 반을 정산한 기분’이라고 했다. ‘문학과 나와의 경계가 너무 가까워 읽기에 불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 안 어둠에 빛을 쪼여주고 싶었다는 말로 변명한다’고 했다. ‘깊숙이 도려내고 나니 상처가 가렵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상처 아문 자리에 날개가 돋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언제 그 못밥 맛을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지금껏 먹어본 밥 중에서 어릴 적 우리 집 논둑에서 먹었던 밥만큼 맛있는 밥은 없었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중.

시인이자 소설가인 신달자 작가는 추천글 ‘서정의 고요한 깃발’에서 ‘엄계옥의 글은 고요하면서 깊다. 자기 안에 출렁거리는 잡념과 갈등과 내면의 충돌을 잘 빗겨 내려 그 고요함을 무리 없이 허락하고 받아들인 흔적들이 글들 안에 스며들었다. 만성적 슬픔까지 녹아들고 슬픔이 오는 마음의 지렛대를 아픔 없이 꺾어 버리는 내면의 힘이 그에겐 분명히 흐르고 있다’고 했다.

엄계옥 작가는 2011년 유심으로 등단했다. 시집 <내가 잠깐 한눈 판 사이>, 장편동화 <시리우스에서 온 손님>을 냈다. 한국시인협회, 울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한다. 본보 ‘시읽는아침’ 필진으로 활동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