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6시31분 울산 남구청은 긴급재난문자를 시민들에게 보냈다. 남구청은 “오늘 오후 6시 남산로 322 신정동 크로바아파트 SK주유소에서 화재 및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며 “신속한 구조활동을 위해 이 지역을 지나가는 차량은 우회하길 바란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이 문자는 오보로 판명됐다. 시민들은 큰 사고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주변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 그래도 불과 몇달 전에 염포만에서 대형 폭발화재가 일어난 터다. 긴급재난문자는 시민 생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만큼 한 단어도 허투루 쓸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울산은 대형 사고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기름과 가스를 가득 실은 대형 선박이 울산항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고, 육상의 국가산업단지에는 온갖 가스탱크와 기름탱크가 즐비해 있다. 땅 속에는 언제 불기둥을 솟아 오를지 알 수 없는 배관망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울산은 한마디로 화약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바로 휴대전화를 통한 긴급재난문자다. 지난 9월 염포만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때 긴급재난문자는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독가스가 섞인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고 차량의 접근을 막아 더 이상의 피해를 예방했다. 지난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 때도 울산 시민들은 시시각각 재난문자를 받아보면서 지진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시민들에게 발송된 크로바아파트 앞 주유소 사고 문자는 정말로 어이없는 것이었다. 남구청은 당시 당직자가 개인적인 판단으로 지레 짐작해 문자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어떻게 보면 당직자로서는 최선의 판단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괜찮겠지 하고 문자 발송을 하지 않았다가 큰 재난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문자를 보냈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실수다.

이날의 상황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문자 발송 시스템상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긴급재난문자는 2017년 7월24일부터 광역자치단체로 업무가 이관된 뒤 올해 9월12일에는 기초단체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구청 당직자가 주관적인 판단으로 재난문자를 발송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구청과 소방서, 경찰, 유관기관 등을 하나로 연결해 긴급재난문자 발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재난문자가 시민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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