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자유한국당은 오는 21일 울산에서 황교안 대표와 당 지도부, 1만여명의 당원·지지자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규탄대회를 개최한다고 16일 보도자료를 냈다. 그들은 울산에서 규탄대회를 갖는 이유를 ‘부정선거농단의 현장’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미 조사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뤄지고 있는만큼 새삼스레 울산을 정치 쟁점의 근거지로 만드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 혹여 여야 모두 울산시정을 정치적 쟁점으로 삼아서도 안될 것이며, 지역사회가 대안 없는 정치적 혼란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려서도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공직사회 정치 세력화의 뿌리를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래전부터 인사 등에서 특혜를 기대하고 음으로 양으로 특정 후보에 줄서기를 해온 공무원들이 있어왔다. 이번 ‘하명수사 의혹’ 수사에서도 일부 공직자들이 최초 제보자로 지목된 송병기 부시장의 선거전략 수립에 도움을 준 단서들이 송부시장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에서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또 일부 송시장 캠프 쪽으로 넘어간 문건의 내용에 따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알게 모르게 해이해진 공직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시정이 특정정파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하지만 선거 후 울산지역 각 자치단체의 인사 결과를 보면 정치적 중립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지가 여실히 드러나곤 한다. 이번 ‘하명수사 의혹’ 수사과정은 울산지역 공무원들이 선거 때마다 얼마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줄서기를 통해 인사상 이익을 얻으려고 했는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의 사례가 될 수 있다. 공직자들의 정치세력화도 당연히 사라져야 하겠지만 인사권 남용으로 공직자들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후보자들도 없어져야 할 것이다. 공직사회가 정치에 휘둘리면 그 손해는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