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장들의 폭발 화재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몇건의 사고들을 종합해 보면, 이들 폭발사고 발생의 공통적 원인이 대부분 무지와 무책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폭발화재의 경우 톨루엔 두 됫박(4ℓ) 정도가 폭발하더라도 수 분내에 화학 실험실이 파괴될 수 있고,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죽거나 크게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하물며 파일롯트나 플랜트 환경에서는 화재나 폭발의 영향은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발생한 화학공장들의 폭발 경위도 그렇다. 반응기 하부의 스트레이너 배관을 해체한 상태에서 원격 작동 되는 차단 밸브가 개방되면서 내부에 있는 핵산 등 가연성 물질이 누출되어 증기운을 형성하고, 거기에 일련의 점화원이 작용하여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짐작된다. 이 폭발 화재는 8명의 사상자를 동반한 치명적 사고였다.

 또 한번의 폭발 화재였던 D화학의 경우도 역시 그 과정은 유사하다. 저장탱크 상부의 증기 배출용 밴트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아크 용접기로 화기 작업을 하던 중, 탱크 내부에 체류된 H₂S 증기가 인화되어 저장탱크 내부 압력이 순간적으로 팽창되면서 삼각지붕 형태의 탱크 뚜껑이 파열되면서 3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이다.

 이들 폭발화재의 원인을 종합해 보면 이렇다. 우선, 안전작업에 있어서 필수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가연성 물질과 점화원의 격리에 실패하였다는 점이다.

 화학공장에 있어서 점화원의 관리는 생명이다. 화학공장인 만큼 언제나 가연성 물질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대기 중에는 그 가연성 물질을 폭발 분위기로 가지고 갈 수 있는 산소를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화학공장에서는 저장탱크나 반응기, 그 부속배관 등 시스템 내부에는 가연성 물질을 항상 담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 또한 발화점 이상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조건일 수도 있기 때문에 공기의 이입을 차단하고 불활성 가스로 치환하여 폭발 분위기를 배제하는 것은 화학공장 운전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들 폭발사고의 경우 그 기본을 소홀히 하였다는 점이다.

 공장 내부에서의 화기 작업은 기본적으로 있을 수 없다. 부득이하게 작업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그에 따르는 사전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가연성 물질을 일제히 비워내고, 그 내부를 물 청소하고 스팀으로 쪄내고, 그런 조치를 반복한 후에도 불활성 가스를 채우고서 화기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럴 형편이 아니라면 최소한 단관을 분리하여 위험물질의 이동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하고 그도 아니라면 브라인드 (막힘막)을 채워 위험물의 이동을 막아둬야 한다. 그런 기본적인 조치가 없었거나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는 점이다.

 원 도면에는 수동식 차단 밸브가 원격조정 밸브 전단에 설치 되도록 설계되어 있었으나, 사고 현장에는 수동식 차단 밸브가 제거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스트레이너라고 하는 것은 자주 막힐 수도 있고 해서 수동 밸브를 이미 오래 전에 제거했었을 것이다. 그 수동 밸브가 없었으니 부라인드를 설치 할 수도 없고 단관의 격리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말하자면 화학공장 관리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D화학의 경우 역시 비슷한 수준의 무지한 기술자들이 공장을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걸레 조각으로 배관을 막아 놓고 화기작업을 종용하였다는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어찌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그것은 오로지 관리자들이 무책임하고 무지하기 때문이다. 능력 있고 경륜을 갖춘 기술자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밀려 난 그 자리에 그만한 노력으로 이를 극복해 가야 할 젊은 관리자들이 "설마설마" 하면서, 대충 지나치다가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재수가 없어서 일어난 사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고는 필연적 원인의 반복에 의해서 필연적인 확률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필연적 확률의 중간치에서 행운이나 요행을 기다리며 "설마설마" 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안전작업 절차를 이행하고, 공장을 고칠 때마다 점검과 변경관리를 실천하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비상조치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한다면 절대로 위와 같은 폭발사고는 일어 날 수가 없다. sbs41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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