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대 내드름 연희단 대표

최근 울산발전연구원의 콜로키움(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울산의 방향)에 참가해 타지역 문화예술환경과 각종 프로젝트 사례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울산문화의 방향성과 키워드를 고민하게 됐다. 그 날 현장은 우리 울산이 아무리 역사도시, 부자도시라 할 지라도 적어도 문화예술 부문만큼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이며 그에 대한 연구와 분석, 원인진단과 해결, 방향설정과 실천의지 등이 총체적으로 뒤쳐져 있다는 것을 또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에 콜로키움에 소개된 타지역 성공사례를 울산의 상황과 비교분석하고 지난 20여년간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면서 느낀 소회와 단상을 문화정책적 측면에서 밝혀보고자 한다.

현재 울산은 산업도시(또는 공해도시)라는 과거의 인식을 벗어나 생태, 환경,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비단 울산만이 이런 전환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산업도시라는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대내외적으로 자리 잡았기에 이미지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울산을 지탱하고 있는 많은 시민들이 열망하고 행정조직과 학계, 정책전문가와 문화예술전문가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현 시점에서 정확한 원인분석과 진단, 꾸준한 연구와 피드백, 그리고 노력과 실천이 동반된다면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울산이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통상적으로 문화예술의 주요요소는 하드웨어(장소), 소프트웨어(콘텐츠), 휴먼웨어(사람)라고 한다. 위의 3가지 요소가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도시전체가 문화예술의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보는데 역사, 지리, 문화, 규모면에서 울산과 상당부분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부산이나 대구의 경우 이미 하드웨어 영역인 문화민주화를 넘어 휴먼웨어 영역인 문화민주주의 시대를 열어 가고 있는 양상이다.

일찍이 풍부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확보하고 더욱 심층적인 연구와 실험, 유지와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이를 발판으로 휴먼웨어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비롯해 인력확보를 위한 투자와 지원, 활용방안, 프로그램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에 비해 후발주자인 울산은 문화민주화 정책에 해당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조차 부족한 형편이라 휴먼웨어, 즉 사람에 대한 연구와 지원은 뒷전으로 밀려있다. 하드웨어에 대한 분석과 연구는 그나마 많은 진전을 이뤄 확충과 수정보완이 시행되고 있고, 소프트웨어 또한 미약하지만 공공과 민간에서 자발적, 산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휴먼웨어 부분은 공공과 민간, 예술단체, 사회단체 모두 손을 놓고 있는 듯 보인다. 그나마 울산문화재단의 ‘문화예술전문인력양성사업’ 정도가 있지만 그 규모나 인지도, 참여도 면에서 역부족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문화다양성과 생활문화로 대변되는 문화민주주의시대를 맞이하여 휴먼웨어의 보강은 필수적이며 시기를 놓칠 경우 또다시 경쟁력에서 밀려 문화도시조성의 꿈은 멀고도 멀 것이다.

따라서 울산문화예술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휴먼웨어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에 대해 5개 방안을 제안하자면 △전문가 양성을 위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전문예술인과 생활문화인의 현황파악, 아카이브 구축 및 플랫폼 형성 △문화단체, 예술인, 동아리, 문화산업 등 상호간 네트워크형성 △행정기관, 정책기관, 교육기관, 문화예술기관, 문화예술인(단체), 시민을 통합한 초대형 거버넌스 구축 △산업체 노동자와 직장인의 문화예술활동 지원(메세나, 찾아가는 문화활동, 예술교육)이라 하겠다.

이를 토대로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예술의 생활화를 유도하고 전문기획자와 예술인이 합류한 지역스토리 발굴로 독창적 콘텐츠 개발을 이뤄냄으로써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다면 선진문화도시는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올 것이다. 김구대 내드름 연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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