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수명이 늘어난 현실 반영해
손해배상 산정 노동력 65세로 ↑
위자료도 시대흐름 따라 현실화를

▲ 최종상 법률사무소 최상(最上) 대표변호사

지난 2월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열고 수많은 전문가 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사건에서 육체노동자가 노동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나이를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무려 30년 만에 기존 판례의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국민들의 수명이 연장되고 건강 수준이 향상되는 시대의 흐름과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액수를 산정하는 법리에서 나온 판례이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문제가 손해배상이다. 여기서 손해배상은 계약불이행에서 파생되기도 하지만 주로 불법행위에서 발생한다. 예컨대, 교통사고, 산재사고, 의료사고, 상해 등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 손해배상이다. 이러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은 정형화되어 있다.

손해의 유형은 크게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로 나눌 수 있고, 재산상 손해는 다시 적극적 손해와 소극적 손해로 나누어진다. 먼저 적극적 손해는 불법행위로 인한 비용 지출 등 기존의 재산이 줄어드는 것을 말하는데 불법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입원비, 치료비, 간병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고 이전부터 앓고 있던 기왕증의 치료비는 그와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의할 것은 특실입원비용은 치료행위의 성질상 부득이 특실로 옮겨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만 손해로 인정된다. 간병비는 치료기간 또는 치료이후 타인의 조력을 받아야만 인간으로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는데, 간병인은 보호자이든 고용한 사람이든 상관없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간병인의 숫자, 간병에 필요한 기간, 간병인의 종류 등이 달라지며 그에 맞추어 간병비가 산정된다.

다음으로, 소극적 손해는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수익을 말하는데 이를 일실수입이라고 한다. 일실수입은 그 산정이 다소 복잡하다. 우선 일실수입의 산정의 기초가 되는 사고당시 피해자의 직업·직종별 실제 소득을 조사하게 되는데, 회사원 등 급여소득자의 경우 정년까지의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하고, 자영업 등 사업소득자의 경우 총 수익금에서 필요경비를 공제한 후 피해자의 기여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산출된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한편 무직자, 가정주부, 대학생, 미성년자 등 사고 당시 실제 소득이 없는 경우는 소극적 손해가 없는 것으로 볼까. 그렇지 않다. 최소한도인 일반 노동자의 일용노임을 소득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이처럼 피해자의 실제 소득을 산정한 후에는 신체감정을 통해 피해자의 노동능력 상실률을 확정하여 실제 소득에 곱하여 적용하고, 다시 이를 기초로 가동연한 즉 피해자가 소득활동이 가능한 기간까지의 소득을 합산하게 된다. 여기서 가동연한은 피해자마다 다르다.

우리 판례는 직업의 종류별로 가동연한을 각기 다르게 보고 있는데, 프로야구 선수는 40세, 보험모집인·개인택시 운전사는 60세, 의·한의사는 65세, 법무사·변호사·목사는 70세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일반 노동자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가동연한을 55세로 보다가 지난 1989년 12월에 60세로 상향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 대법원은 그로부터 30년 만인 2019년 2월에 다시 65세로 상향하였다.

이와 같이 일실수입을 산정함에 있어서 가동연한이 연장되면 일실수입의 액수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가동연한까지 일실수입을 산정하면 일반적으로 소극적 손해가 확정되나, 사고로 사망한 경우는 소극적 손해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생계비를 공제한다.

마지막으로, 정신적 손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자료인데 실무상 1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어 위자료 액수를 증액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동연한이 상향되었듯이 앞으로는 위자료 액수도 상향조정되어 보다 현실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자신의 피해를 온전히 배상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 피해자가 일일이 입증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최종상 법률사무소 최상(最上)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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