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정(市政)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려졌다. ‘김기현 전 시장 측근비리 사건’이 ‘하명수사의혹 사건’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정권 교체기의 울산시정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됐는지에 검찰의 칼끝이 머물렀다. ‘하명수사 의혹’의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울산시민들의 불안감은 오히려 크게 증폭되고 있다. 겨우 첫단추를 끼우고 그 다음 단추를 하나씩 채워가려는 울산의 숙원 사업들이 소용돌이에 빠져들면서 혹여 물밑으로 가라앉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검찰이 울산시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신재모병원 때문이다. 송철호 시장과 송병기 부시장 등이 후보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만나 산재모병원의 진행과정에 대해 알아본 뒤 공약에 포함시켰다는 근거가 나옴으로써 청와대의 선거개입이라고 볼 여지가 생긴 것이다. 송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은 공히 산재병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는 이미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현 시장시절부터 추진돼 오던 사업이다. 수년간 쭉 이어져온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재포장해서 공약으로 내걸고 국비를 확보해 마치 새로운 성과인양 내세우는 것은 흔히 있던 일이다. 김 전 시장 시절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좌초된 이유를 선거와 연관지어 살펴본다는데, 공연히 착공을 앞둔 산재전문공공병원을 사건의 중심에 들여놓고 세차게 흔들어서 사업추진이 뒷걸음질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맑은물 확보’ 공약도 검찰의 관심사안 들어 있는 모양이다. 김 전시장은 검찰 조사후 “검찰이 보여준 문건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동원해 송시장이 시장후보가 되기 전부터 밀어준 내용이 있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암각화 보존 방안은 아직도 오리무중이고 맑은물 확보 공약은 올해 4월에서야 국무총리 주재로 환경부, 국무조정실, 문화재청, 경북도, 대구시, 울산시 등이 ‘낙동강 물 문제 해소를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것으로 겨우 실마리를 꿰었을 뿐 별다른 진전도 없다. 이는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20여년 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새삼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을까 싶다.

그밖에 부유식해상풍력단지 조성, 크루즈사업, 스마트시티, 삼산매립장, 케이블카 등 울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들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의 선거개입이나 하명수사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야 엄중한 조사가 있어야겠지만, 공연히 울산시정 전반을 정치적 잣대로 재진단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경직시키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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