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울산시립도서관이 개관한지 2년도 안 돼 관장이 4번째 바뀌었다. 도서관장의 임기가 평균 6개월이다. 업무 보고 등으로 직원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뻔하다. 행정직 기관장은 도서관 업무를 잘 모르므로 혼란스러울 수 있다. 도서관 사서들도 입장은 다르지 않다.

행정 역량이 뛰어난 관장이 오더라도 단기간에 무슨 일을 펼칠 수 있을까. 보임되었던 3명 중 2명은 퇴직을 앞두고 공로 연수를 갔다. 현재 관장도 12월 말 퇴직 예정이다. 이들이 도서관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업무를 연속적으로 이어가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울산시는 울산시립도서관장의 자리를 잠시 머물다 가는 자리로 만들었다. 본청에 오래 근무한 직원을 배려한다고 도서관장 자리를 맡기면서 일어난 일이다.

도서관 관장은 전문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현행 도서관법 제30조에 ‘공립 공공도서관의 관장은 사서직으로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서직 관장과 비사서직 관장의 직무수행능력과 대외활동의 적극성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그 차이가 분명하다. 사서직 관장의 직무수행 평점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대외활동도 사서직급이 높은 관장이 의욕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법 시행 이후 사서직 관장을 임명하는 도서관이 증가한 이유이다. 울산시는 공공도서관 관장의 임명 법을 어기고 있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다.

울산시립도서관은 울산 지역의 공공도서관을 대표한다. 대표도서관은 운영 주체가 다른 교육청 소속 도서관을 포함한 18개 공공도서관의 컨트롤타워이다. 공공도서관의 관할 감독기관으로서 관장은 모든 행정을 통솔해야 한다. 하지만 시 소속 관장(4급)이 교육청 소속의 관장(3급)보다 직급이 낮다. 또한, 6개월마다 교체되고 있어 대표도서관의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하는지 의문스럽다.

울산시가 울산 대표도서관장의 자리를 개선하려면 시 소속 도서관의 직급을 상향 조정하고 전문직 관장을 임명해야 한다. 만약 행정 여건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공모를 통한 전문가의 영입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선진국은 관장 임용조건으로 사서직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다. 미국은 공공도서관에서 도서관장을 공모할 경우 문헌정보학 석사 이상 갖춘 사서를 기본 조건으로 삼고 있다. 도서관 운영에 문헌정보학 전문지식이 우선시 되지만, 사업 추진에 필요한 경영자적 자질도 필요하다. 다른 광역단체에서는 폭넓은 경력을 겸비한 공모제 관장을 임명하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

울산시립도서관장의 자리는 일을 알고, 정책을 펼치고 추진하는 사람이 적임자이다. 한가하게 공직을 마무리하는 곳이 아니라 ‘좋은 도서관’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의 자리이어야 한다. 울산시가 우리나라에서 기관장의 재임 기간이 가장 짧고 비전문직 관장이 임명되는 유일한 기관이란 오명을 언제까지 이어갈지 두고 볼 일이다. 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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