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 노인, 고관절·척추압박골절 위험 커…통증 계속 땐 진료 받아야

최근 고속도로에 생긴 ‘블랙 아이스’(Black Ice) 때문에 차량 40여대가 추돌해 7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블랙 아이스는 눈, 비 등이 노면에 얼어붙어 생긴 살얼음으로, 아스팔트의 색깔이 투영돼 검은 얼음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이런 블랙 아이스를 조심해야 하는 건 차량만이 아니다. 요즘은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집밖에 나설 때는 누구나 블랙 아이스로 인한 낙상 사고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 살얼음이 언 도로는 일반 도로보다 14배나 더 미끄럽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뼈가 약한 노인들은 가벼운 낙상이 사망 위험까지 높일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2006∼2012년 고령화연구패널조사(KLoSA)에 참여한 65세 이상 3천91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낙상사고를 경험한 노인이 이런 경험이 없는 노인보다 사망위험이 최대 1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이 가장 주의해야 할 낙상 관련 부상은 엉덩이뼈와 허벅지 뼈를 연결하는 고관절 골절이다. 60대 이후부터는 골조직이 급격히 약해지는 시기여서 미끄러질 때의 가벼운 외상만으로 쉽게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고관절이 골절되더라도 다리나 팔처럼 통증이 심하지 않고 붓기가 적어 방치되기 쉽다는 점이다. 

하지만, 노년기에 고관절이 골절되면 장시간 침상에 누워 있게 되면서 폐렴, 욕창 등과 혈전으로 인한 심장마비, 폐색전, 뇌졸중 등 다양한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다. 

넘어지는 순간 척추에 많은 하중이 가해지면서 생길 수 있는 척추압박골절도 낙상에 따른 잦은 부상 중 하나다. 특히 폐경기 이후 골다공증으로 척추뼈가 약해진 여성들은 척추압박골절에 더욱 취약한 만큼 집을 나서기 전에 도로 여건을 잘 살펴 낙상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척추압박골절이 발생하면 통증으로 보행이 어려울 수 있으며, 통증이 어느 정도 사라진 후에도 허리를 똑바로 펼 수 없어 불안정한 자세로 보행하게 된다. 이는 결국 허리 주변 근육과 인대 손상으로 이어진다.

낙상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외출 전 몸을 풀어 관절과 근육을 이완시켜야 한다. 옷차림은 따뜻하되 움직임이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벼운 게 권장된다. 신발은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것으로 신는 게 좋다.

노인의 경우 등산용 스틱이나 지팡이를 챙겨 길을 나서야 한다. 차에서 내릴 때나 계단을 내려갈 때는 길이 얼어있는지 살피고 중심을 잡고 천천히 걸어야 한다. 내리막길을 걸을 때는 무릎을 살짝 구부린 채로 비스듬히 내려오는 게 안전하다. 

장갑은 보온과 낙상 예방을 위한 중요한 소품이다. 손이 시리면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게 돼 균형 감각이 떨어져 넘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장갑을 끼고 손으로 균형을 잡으며 걸으면 넘어지더라도 고관절이나 척추, 얼굴 등에 큰 부상을 막을 수 있다. 

빙판길에서 넘어졌을 때 대처도 중요하다. 부끄럽다는 생각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벌떡 일어나 몸을 움직이면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넘어졌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 다음 잠시 쉬면서 다친 곳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손으로 눌렀을 때 참을 수 없이 아프다면 골절을 의심하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만약 심하게 넘어졌다면 통증이 있든 없든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관절전문 바른세상병원 장규선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낙상 후 누워있거나 앉아있다가 일어나려고 할 때 통증을 느끼거나,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무리해 움직이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노년층의 경우 도로가 얼어 낙상의 위험이 높은 시기에는 외출을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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